[사설]건보료는 오르고 혜택은 줄고

  • 입력 2002년 3월 19일 18시 54분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을 보고 있으면 절로 짜증이 치민다. 보험료를 더 내면 그만큼 혜택도 늘어야 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본질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딴판이다. 건보료는 나날이 올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 보험혜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니 국민으로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다음달부터 일반의약품 900여 가지를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조치도 그렇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초 제외한 것까지 더하면 보험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약품은 1400가지가 넘는다. 이에 따라 전에는 의사 처방전만 받으면 약값의 30%만 내던 것을 앞으로는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연간 1600억여원의 건보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기대만큼 건보재정이 절감될지도 의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약품을 보험 대상에서 제외해도 효과가 같고 값이 싼 다른 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험 대상에서 빠지면 제약사는 효능을 첨가한 비슷한 약을 전문의약품으로 만들어 더 비싼 값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건강보험공단의 약가 지출은 오히려 더 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한 시민단체가 올 들어 의사 처방전을 분석한 결과 값싼 다른 약 대신 새로 나온 비싼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건보료를 내면서도 기존의 일반의약품을 복용하려면 따로 제값을 다 내야하고, 새 약을 처방 받으면 이번에는 건보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니 무슨 이런 대책이 있는가.

올 들어 직장가입자의 건보료 경감조치가 없어지는 바람에 많게는 곱절 가까이 건보료가 뛰었다. 이달부터는 다시 6.7%가 오른다. 이 마당에 약값 부담까지 더 지우겠다니 잘못된 의료정책의 책임을 고스란히 국민이 뒤집어쓰는 셈이다. 정부는 의약계의 실상을 토대로 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