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태재단 신축에 '세탁한 돈' 이라니

  • 입력 2002년 3월 19일 18시 55분


아태평화재단의 비리의혹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이제는 재단건물 신축자금에 ‘수상한 돈’이 들어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부이사장의 친구 김성환(金盛煥)씨의 차명계좌에서 발행된 수억원의 수표가 재단건물 신축공사를 맡은 H사 계좌로 흘러들어가고 H사의 돈 일부가 다시 이 계좌로 유입된 사실이 특별검사팀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특검은 김성환씨가 H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의 건물을 짓는 데 돈세탁을 한 떳떳하지 못한 자금이 들어갔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무엇보다 김 부이사장과 김성환씨 간의 돈거래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점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태재단 측은 이번 공사비에 대해서도 “김 부이사장이 김성환씨에게서 5억원을 조달해 공사비를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얼마 전에는 재단 퇴직금 정산을 위해 1억원을 빌렸다더니 이번엔 공사비 지급을 위해 5억원을 빌렸다는 것이다.

아무리 돈 많은 친구라지만 수억원을 마치 자신의 사금고처럼 빼내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목에서 김성환씨가 과연 이 계좌의 실소유주가 맞는지, 혹시 김 부이사장이나 재단의 비자금이나 돈세탁을 위한 계좌는 아닌지, 이 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이었던 H사가 아태재단 신축공사를 70억원에 수주하는 등 현 정권 들어 급성장한 배경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아태재단에 제기된 모든 의혹들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면 이 문제는 김 대통령 임기 후까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이나 검찰의 수사와 상관없이 김 대통령과 김 부이사장이 침묵을 깨야 하는 이유다. 아태재단도 스스로 건물신축자금 내용 등에 대해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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