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출신의 대학총장이 20대 유망 피아니스트를 지속적으로 후원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전주대 이시영 총장(65)과 1998년 스페인 산탄데르 피아노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유영욱씨(24)가 그 주인공.
유씨는 21, 22일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에서 박은성이 지휘하는 이 악단과 협연, 스페인에서의 승전보 이후 4년만에 처음 고국팬 앞에 인사한다. 그는 “KBS교향악단에 소개하고 고국 체재 중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 총장의 도움에 힘입어 연주를 가질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유씨는 미국 줄리어드 음대 재학 중이던 90년대말 이 총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면서 유엔대사로 재직 중이던 이씨는 뉴욕에서 활동 중이던 유씨의 탁월한 재능에 마음이 끌렸다. 마침 스페인 산탄데르 콩쿠르에서의 승전보가 날아왔다. 즉시 엔리케 파네스 당시 유엔주재 스페인대사(현재 주한 스페인대사)를 만나 “이 사건은 한국문화와 스페인문화 역량을 동시에 홍보할 수 있는 호재”라고 설득, 두 사람이 뉴욕과 스페인에서 열리는 많은 크고 작은 콘서트에 유씨를 소개해 그의 활동영역을 넓혀주었다.
반갑게 인사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지휘자 박은성은 “이 총장이 녹음 테이프를 보내주어 처음 유씨의 탁월한 연주를 알게됐다” 며 “뒤늦게 내 방에 초대해 연주를 들었는데, 기교뿐 아니라 탁월한 예술적 형상화 능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며 유씨의 연주를 격찬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바르셀로나 심포니 등 유럽지역 유력 악단들과 협연해온 유씨는 지난해 1월 영국 낙소스사에서 리스트가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베토벤의 가곡음반을 발매, 음반 전문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21일 KBS홀,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하는 유씨는 콘서트에 앞서 18일 스페인대사 관저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 내빈들에게 자작곡 등을 들려줌으로써 파네스 대사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