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부천 원종동서제과점운영 최경민 씨

  • 입력 2002년 3월 19일 20시 53분


“제가 만든 작은 케이크 하나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이웃들이 오히려 고마울 따름입니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의 3평 남짓한 제과점 ‘브랑제리 드 쿠페’ 주인 최경민(35)씨.

최씨는 많게는 한 달에 10여개씩 ‘특별 케이크’를 만든다. 겉보기엔 여느 케이크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속에는 최씨의 따뜻한 마음이 꽉 들어 차 있다. 바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생일 선물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작지만 자신이 이들에게 무언가 해 줄 수 있는 기술을 가졌다는 게 여간 기쁘지 않다.

80대 어르신은 생크림, 소년소녀 가장에게는 버터 등 매번 생일 케이크를 받을 사람의 입맛을 고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직접 나서기가 부끄러워 여태껏 생일 케이크를 받은 이웃의 얼굴을 본 적은 없다. 늘 인근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사람들이 최씨를 대신해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2년전 가게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최씨가 이렇게 만든 생일케이크는 모두 130여개.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케이크를 전해 왔으니 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특별 생일 케이크’를 2년째 받은 셈.

“저도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거든요. 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씨는 군 제대 후 10년 동안 남의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제빵 기술을 배운 뒤 이 가게를 차렸다. 아직 상당한 액수의 빚이 남아 있지만 자신의 작은 기술이 이웃에게 짧으나마 행복한 시간을 선사할 수 있어 마음만큼은 부자다. 이 때문인지 그의 가게에는 늘 향긋한 빵 냄새와 함께 훈훈한 온기가 감돈다.

“한 50살쯤 되면 가게 문을 닫고 고아원 등지에서 아이들을 위해 빵을 굽고 기술도 가르치면서 살고 싶어요.” 6살된 아들 녀석이 아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그의 먼 훗날 바람이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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