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란 바로 플레이오프를 위해 각 팀 감독들이 비장의 무기로 숨겨둔 복병들.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 동안 베스트 멤버의 전력은 속속들이 상대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팀마다 의외의 선수를 등장시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플레이오프는 이런 무명 용사들이 마음껏 활개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 왔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선 SK 나이츠의 대타 센터 허남영과 LG 세이커스의 구병두가 대표적인 경우.
19일 SK 빅스-LG전에서는 프로 2년차 강대협(25·LG)이 지뢰로 등장했다. 강대협의 올시즌 정규리그 성적인 신통치 않았다. 28경기에 출장, 경기당 평균 6분43초를 뛰며 1.4점 0.6리바운드 0.6어시스트를 챙긴 것이 고작. 하지만 지난 시즌 현대(현 KCC)에서 트레이드된 뒤 지독한 연습으로 자신을 단련하는 것을 눈여겨본 김태환 감독이 문경은의 플레이를 집중 연구하도록 지시했고 이날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강대협은 이날 선발로 코트에 선 뒤 문경은을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노련한 문경은을 제대로 묶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반까지 골밑에서는 단 한번의 슛 기회도 주지 않았지만 3점슛 3개를 허용했던 것. 전반 휴식시간 동안 문경은의 플레이를 재차 검토한 강대협은 승부가 갈린 4쿼터에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2개의 실책을 유도해 내는데 성공했다. 결국 문경은은 16점으로 묶인 반면 강대협은 4쿼터에만 8점을 포함해 14득점을 챙기며 공수에서 맹활약, 팀 승리의 수훈갑으로 떠올랐다.
이런 활약 덕분에 김태환 감독은 “강대협의 체력이 남아 있는 한 2차전에서도 문경은 전담 수비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친 채 4강 상대가 정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동양 오리온스는 위성우(30)가 대기중이다. SBS 스타즈에서 활약했던 지난 시즌 상대 주포를 꽁꽁 묶는 전문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다 올시즌 동양으로 이적한 위성우는 올시즌 LG와의 개막전에서 조성원을 2쿼터 중반까지 무득점으로 묶는 뛰어난 수비를 과시했다.
동양 김진 감독은 체력과 수비능력은 물론 끈질긴 근성까지 갖춰 팀 전체의 파이팅을 주도하는 위성우를 플레이오프에서도 중용할 뜻을 숨기지 않았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