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가안정 포기했나

  • 입력 2002년 3월 20일 18시 09분


철도 운임 등 교통요금의 대폭 인상 방침은 물가불안을 부채질하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다. 각종 물가가 들먹이는 마당에 성급한 공공요금 인상은 자칫 인플레 심리에 기름을 부어 물가안정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교통요금 인상 방침은 재고되거나 8%에 이르는 인상폭과 시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옳다.

철도사업의 경우처럼 6000억원을 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어느 정도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설령 인상요인이 있더라도 경영개선을 서두르지 않고 덜컥 요금부터 올릴 일은 아니다. 서비스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요금만 올린다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외면 받아 적자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동안에도 수천억원에 이르는 지원을 받았으나 경영개선에는 실패하지 않았는가.

시기적으로도 선거를 앞두고 인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벌였던 적이 있고 시내버스노조는 이달 말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터에 서둘러 요금을 올리는 것은 요금인상이 선거나 파업을 의식한 배려라는 인상을 준다.

올해는 가뜩이나 선거를 치르느라 시중에 돈이 지나치게 풀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도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국내경기 상승세와 맞물리면 심각한 물가불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가격과 전세금이 이미 크게 올랐고 건설현장의 노임도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 정부의 올 물가억제 목표인 3%대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가안정을 이루지 못하면 모처럼 상승세를 탄 경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은 물가안정을 포기한 듯 대책을 외면하고 있고 물가안정을 책임진 신임 한국은행 총재마저도 ‘걱정없다’는 말뿐이다. 만에 하나 ‘우선 파업을 막고 표를 얻고 보자’는 생각에서 집단이기적인 인상 요구에 무작정 응하는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정부는 물가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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