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에서 응원까지, 모두들 가벼운 흥분에 들떠 있다. 응원복 디자인과 제작 주문도 마쳤다. 회원들의 성금으로 6000장의 티셔츠도 마련했다. 플래카드와 국기는 대사관 측에서 마련한다니 고맙다.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 결전의 날만 남았다.
▼외국팀 응원은 세계화 첫걸음▼
문제는 서울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대전이다. 중국은 우선 응원단 규모에서 엄청나다. 거기다 이웃사촌이라 한국 연고자까지 가세하면 온통 운동장이 중국 일색으로 될 게 틀림없다. 상대적으로 터키 응원석이 초라해질 건 뻔하다. 믿는 건 터키팀의 실력이다. 응원은 열세라도 경기에서 압도해야 할 텐데….
브라질과는 울산에서 붙게 된다. 여기서도 만만치 않다. 브라질은 한국 교포가 많아서 국내 연고자가 적지 않다. 그리고 브라질 축구 팬들의 열기는 이미 세계적이다. 우리나라와는 지구의 반대쪽이지만 축구라면 결코 거리가 문제일 수 없다. 삼바춤까지 추어 대며 신나게 달려 올 것이다. 거기다 축구 명문의 관록과 전통까지 두루 갖춘 팀이다. 정보에 의하면 그쪽 친선협회도 아주 치밀하고 조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타리카전은 인천에서 열린다. 여긴 좀 색다른 걱정을 해야 하는 일전이다. 코스타리카는 거리도 멀고 나라도 작다. 응원군이 아무래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조직위의 판단이다. 우리에겐 다 귀한 손님이다. 우리 회원이 너무 터키만 일방적으로 응원할 수 없을 것 같다. 서운한 기분이 들지 않게 상대팀의 기분을 배려해 가면서 응원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 당신은 어느 팀인가, 어느 팀을 응원하고 있는가. 당연한 걸 묻는 게 아니다. 붉은 악마가 들으면 화낼 소리를 묻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그렇다고 편가르기를 부추길 속셈으로 묻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우리에겐 다 귀한 손님인데 차별하자고 묻는 건 더구나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 오건 우리로선 손님맞이에 한 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경기장 밖에선…. 하지만 일단 경기장에 들어서면 내가 좋아하는 팀이 있어야 맛이다. 그래야 목이 터져라 고함도 나오고 흥분도 된다. 아슬아슬하고 스릴도 있다. 화도 나고, 또 다음 순간 승리의 환희에 도취될 수도 있다. 이게 보는 재미다. 그래야 경기에 빨려든다. 이렇게 게임을 즐기려면 어느 한 쪽의 열성 팬이 되어야 한다.
물론 점잖게 양쪽 모두를 응원할 수도 있다. 그러다 멋진 플레이가 나오면 어느 팀이건 박수를 보내고…. 이런 응원도 나쁘진 않다. 인격적인 수양이 잘 된 사람이라면 이것도 좋다. 혹은 아예 안방 TV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입장료도 만만찮고 덥고 가기도 복잡한데. 그게 낫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경기는 역시 운동장에 가서 봐야 한다. 그 뜨거운 열기와 함성에 흠뻑 젖어 보라. 앉았다 섰다, 고함도 치고, 핏대를 올리고…. 땀에 젖은 온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이보다 더 통쾌한 일도 없다. 이건 안방에 앉아서 결코 맛볼 수 없는 스탠드의 진수다.
또 그런 열기와 흥분에 취하려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옆자리의 모르는 사람과도 뜨거운 교감이 절로 이뤄진다. 특히 이번엔 외국 손님이다.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얼싸 안고 환호하고….
당신이 아니라면 아이들이라도 꼭 보내라.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 훌륭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게 진정 살아 있는 교육이다. 아이들은 세계를 향해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외국 팀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기분, 이게 세계화다. 그 아이는 앞으로 그 나라 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걸 계기로 마치 제2의 조국 같은 느낌도 갖게 된다.
▼당신은 어느 팀을 응원할 것인가▼
어느 팀이라도 좋다. 친선협회 회원이 되어도 좋고, 홈 스테이를 신청하는 것도 괜찮다. 말이 안 통해서? 걱정 마라. 뜨거운 가슴이면 된다. 외국 손님이 집에 오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그걸 인연으로 세계를 달릴 징검다리가 놓이게 된다.
한데, 아직도 팀이 없다고? 터키 응원석으로 오라. 터키는 우리에겐 혈맹의 형제국이다. 피 흘려 우리를 지켜준 형제들이다. 지난번 지진 때 우리가 펼친 거국적 모금운동이 터키 TV에 방영되던 날, 그 곳 시민들은 감동의 눈물로 지켜봤다고 한다. 특히 노병들은 한국전에 참전한 사실이 그 날 만큼 자랑스러운 날이 없었다고 한다.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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