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재건축 돈잔치' 결국 조합원 부담

  • 입력 2002년 3월 21일 17시 23분


고기정 / 경제부
고기정 / 경제부
지난해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현장.

입찰에 참여한 B사는 부녀회원 50여명을 제주도로 초청해 2박3일간 여행을 시켜줬다. 일반 조합원에게는 가정용 전자제품과 백화점 상품권, 그리고 두둑한 봉투가 건네졌다.

뜻밖의 ‘횡재’는 계속됐다. 다른 건설사들도 B사에 뒤질세라 모델하우스 견학과 다과회 명목의 각종 향응을 베풀었다.

드디어 조합원 총회가 열렸다. B사가 시공사로 선정됐다. 조합원들은 선거 때 내세운 B사의 공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재건축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무리한 사업계획과 B사의 시공비 인상 요구 때문이었다.

이달 말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울의 C아파트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조짐이다. 때아닌 ‘돈 잔치’가 한창이다.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건설업체는 7개사. 사별 홍보비가 15억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살포될 예정이다.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공정 선거’를 천명했지만 건설업체가 이를 준수할지는 의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아파트 재건축이다. 특히 공사비를 둘러싼 마찰이 끊이질 않는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되는 저가를 제시한 업체가 일단 시공사로 선정되면 공사 과정에서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가계약 때 약속한 공사비보다 25% 이상 높은 값에 본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이미 아파트가 철거된 뒤여서 조합원들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공사비에는 조합원들이 달게 받았던 접대비도 포함돼 있다. 시공사간 과열 경쟁은 조합원 부담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공사비가 늘어나면 조합원들은 일반분양 물량의 분양가를 높여 손실을 보전하려 한다. 이는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건설사를 제외한 모두가 피해를 본다.

재건축으로 인한 분쟁을 전담해온 모 변호사의 조언을 되새겨볼 일이다.

“건설사가 손해보는 공사비를 책정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공짜려니 하고 접대를 받지만 그 비용은 모두 공사비에 편입돼 조합원들에게 전가됩니다.”

고기정 경제부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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