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제 디지털 캠코더를 산 회사원 하지성씨(28). 구입한 지 며칠 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품이 이상해 집 근처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 맡겼더니 “밀수품이어서 공짜로 AS할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목돈 들여 외제 전자제품을 샀다가 AS를 받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같은 제품인데도 말이죠. 이는 유통 경로 때문입니다.
외제 특히 일제 전자제품은 크게 세 가지 경로로 한국에 들어옵니다. 한국 법인을 통해 수입되는 공식 수입품(정품)이 있고 한국 수입업자들이 일본 본토에서 직수입하는 일반 수입품, 그리고 몰래 들여오는 밀수품이 있습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유통 경로에 따라 가격과 AS는 천차만별입니다. 일반 수입품은 정품에 비해 5% 정도, 밀수품은 약 10% 정도 값이 쌉니다. 하지만 쌀수록 AS는 형편없죠. 정품은 구입 2년 뒤까지 무료 AS를 받을 수 있죠. 일반 수입품도 수입업자가 통상 1년 정도 AS를 해줍니다. 하지만 밀수품에서 AS를 기대하지는 않으시겠죠.
그렇다면 어떻게 정품과 밀수품을 구별할까요. 제품번호가 ‘열쇠’입니다. 일본에서 수출되는 모델은 수입 국가의 영문 이니셜이 함께 표기되죠. 한국 수출용에는 제품번호 뒤에 K 또는 KR가, 미국 수출용에는 U가 붙어 있습니다. 예컨대 일본 종합전자제품 브랜드인 JVC의 캠코더 정품에는 제품번호 마지막에 KR가 붙어 있습니다.
한글 품질보증서나 설명서를 받아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일본어가 많거나 지저분한 복사본이면 일단 정품 여부를 의심해야죠.
유명한 소니는 다른 방식을 사용합니다. K, KR 등이 붙지 않아 제품번호로 구분할 수 없죠. 하지만 제품번호로 소니코리아 고객센터(02-6001-4000)에 문의하면 무료 AS가 되는 제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참, 삼성이나 LG 등 국산 전자제품들은 어디에서 사나 정품으로 인정된다고 하네요.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