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의 표면적 요인은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는 것이 대선 승리에 효율적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주류 측은 대권 당권의 분리는 정권 획득에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반면 비주류 측은 이를 통한 당내 민주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양측의 주장 중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 재단할 생각은 없다. 정당 내 세력간에는 어떤 명분을 앞세우든 정치적 이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민주정당에서 정치적 이해에 따른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조정하고 통합해나가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한나라당 내분은 이 총재가 그 조정과 통합에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대권과 당권은 나눌 수 없되 총재 자리에 권한대행을 앉히고 자신은 당무에서 손을 떼면 사실상 비주류 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들어주는 셈이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비주류 측의 반발은 물론 중도파도 ‘너무 안이한 인식’이라는 반응이다. 이는 이 총재의 결정에 당내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문제다. 원칙 없는 타협과 포용력은 구별되어야 하지만 이 총재는 당내 의견에 좀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측근정치의 폐해는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한나라당과 이 총재의 위기는 대세론에 안주한 데서 오는 국민의 식상함이다. 집단지도체제가 좋으냐 나쁘냐는 차원이 아니다. 3김 이후를 이끌려면 그에 상응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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