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거짓의 세계사 뒤집어 보기 '세계를 속인 거짓말'

  • 입력 2002년 3월 22일 17시 52분


◇ 세계를 속인 거짓말/이종호 지음/288쪽 8500원 뜨인돌

◇ 음모와 집착의 역사/콜린 에번스 지음 이종인 옮김/388쪽 1만5000원 이마고

문정왕후와 경빈의 한판 게임은 문정왕후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을린 쥐를 세자의 숙소에 걸어놓았다는 ‘작서(灼鼠)의 변(變)’을 문정황후편에서 경빈의 소행으로 꾸며대 성공한 것이다.

최근 전국민의 눈 귀를 붙들어놓고 있다는 TV사극에도 ‘대결’과 ‘거짓말’은 빠지지 않는다. 하물며 세계사 전체를 뒤집어본다면 얼마나 많은 라이벌과 조작극을 뽑아낼 수 있을까.

‘세계를 속인 거짓말’이 다루는 사기극의 방향은 사실상 세 가지로 나뉜다. 당대의 적을 상대로 한 기만술, 시대 전체를 향한 기만, 오늘날의 독자를 속여넘기는 역사적 착오가 그것.

첫 번째 사례의 대표적인 예는 2차대전 당시 연합국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다. 연합군은 엉뚱한 지점에 폭탄을 퍼붓고 확성기로 소음을 내뿜으면서 노르망디로 병력을 이동시키는 양동작전을 펴 성공했다. 두 번째의 대표적인 경우는 원인(原人)의 두개골과 오랑우탄의 턱뼈를 갖다붙인 ‘필트다운인 조작 사건’. 40년 동안이나 학자들을 속인 이 사기극은 1950년대 ‘불소 연대 측정법’이 나온 뒤에야 실체를 드러냈다.

오늘날 독자마저 속이고 있는 ‘역사적 사기’의 대표사례로는 ‘갈릴레이 재판’을 들 수 있다. 알려진 바와 달리 교회는 지동설에 적대적이지 않았다. 단지 과학적인 증거를 갈릴레이에게 요구했는데 그가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심판을 받았다는 것. 갈릴레이가 퇴정하면서 중얼거렸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은 진실을 추구하는 사가들을 ‘돌게’만들 지경이다.

‘음모와 집착의 역사’는 세계사상 10대 라이벌의 일대 승부를 다룬 책. 엘리자베스 1세와 메리 여왕,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권력다툼에서부터 아문젠과 스코트의 남극 탐험 드라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아문젠은 극지탐험 최후의 승자였던가? 스코트의 무계획성이 탐험의 성패 뿐 아니라 자신의 생사까지 결정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학적 감동으로 가득찬 스코트의 ‘패배의 기록’은 영국 국민들을 감동시켜 1차 대전의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반면 아문젠은 ‘스코트를 도와 죽음에서 구할 수도 있었다’라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려야만 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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