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이라면 ‘단순하고 명료한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교훈’이라 잘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옛이야기가 남겨준 것이 오직 그것뿐일까.
‘자식을 우리 옛이야기로 길러라’(나남출판)를 최근 내놓은 한두현씨(65). 그는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옛날 이야기의 ‘장치’들을 높이 평가한다.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직접 그 일을 지적하면서 훈계하는 것은 가장 나쁜 방법입니다. 선조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얘기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하면 훨씬 효과가 낫겠죠. 예를 들어 볼까요? 너무 깔끔해서 문제인 아이에게는 똥통에 빠지고도 불평 한마디 안 하고 나중에 정승이 된 세 아이 이야기를, 키 작고 못 생겨서 고민하는 아이에게는 청백리 재상 이원익이나 정승 최석항 얘기를 들려주는 거죠.”
가르칠 목적으로 옛날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신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재미있게 들려주는 것이 더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 후 35년간 섬유회사에서 일하다 97년 퇴직한 그는 어린시절의 기억과 노인들로부터 채집한 자료, 어우야담(於于野談) 등의 구전설화집을 보고 몇 년 동안이나 자료를 수집 정리했다. 쓰는 데만 하루 12시간씩 일요일도 거르지 않고 꼬박 1년이 걸렸다는 설명. 구어체로 풀어낸 620가지 이야기를 ‘지혜로운 아이’ ‘기지있는 사람’ 등 15가지 범주로 나누어 담았다.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 얘기를 참으로 맛깔스럽게 해주셨어요. 나만 보면 꾸짖기만 해서 내가 ‘똥할아버지’라고 부를 정도였지만, 그 감칠맛나는 옛날 이야기 때문에 할아버지를 좋아했으니까요. 나도 우리 할아버지처럼 손주들한테 재미나게 옛날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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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잘 키우지 못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하는 그는 1999년 ‘자식을 부모의 팬으로 만들어라’를, 2000년 ‘자식에게 무엇을 가르쳐 세상에 내보낼 것인가’(나남출판)를 출간, 경험에서 우러난 자식교육의 노하우를 이미 전수한바 있다.
“교육의 두 수레바퀴는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입니다. 둘 다 잘되면 좋지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인성교육이죠.”
영어, 수학, 태권도, 글짓기, 피아노, 수영 등 아이들에게 ‘학원순례’를 시키는 요즘 젊은 부모들에게 한마디 하겠다며 그는 표정을 고쳐지었다.
“아이들에게 진수성찬을 차려주고 먹으라고 자꾸 등을 두드리니, 식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요즘 부모들은 밥까지 먹여주잖아요? 상을 비워두고 아이가 먹을 것을 달라고 할 때 먹을 수 있는만큼 주세요. 항상 배가 고프게 해야지요.”
궁극적으로 아이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요새 부모들은 주관없이 너무 유행만 좇는 경향이 있어요. ‘옆집 아이도 이만큼은 하는데’, ‘나도 이정도하면 됐지’하는 식의 자기만족에 불과해요. 게다가 ‘손 대지 않고 코풀기’까지 합니다. 부모 자신이 어떤 부분을 맡기 보다는 학원을 보내고 비디오 교재를 사용하는 일이 많지요. 아이가 타고난 자질이 무엇인지 우선 살펴야 합니다.”
그는 인류를 구제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정부나 종교 집단도 아니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든 부모가 자기 자식 하나만은 올곧게 기른다면 이 지구가 ‘제대로 된 사람’으로 가득차겠지요. 이것이 바로 ‘파라다이스’ 아니겠어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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