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는 99년 말 ‘개방형 직위’로 분류된 뒤 인사철마다 홍역을 치렀다. 민간전문가들이 한사코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경부가 열심히 적임자를 설득했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사실상 내부승진으로 채워져 왔다.
재경부는 올해 중앙인사위원회에 이 자리를 개방형 직위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3급 이상 고위직의 20%는 개방형으로 채워야 한다’는 공무원법 규정을 무시할 수 없어 고참 과장자리 2개를 개방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 자리도 마찬가지. 기획예산처의 핵심인 이 자리는 각 부처의 업무에 정통해야 하고 국회와의 ‘물밑거래’까지 맡아야 한다. 개방직이기 때문에 뻔한 내부 후임자를 공개지원과 선발시험이란 형식을 거쳐 임명한다.
건교부도 토지국장 등 5개 자리를 개방했지만 자격 있는 민간전문가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재경부처럼 국장급 대신 과장급 자리를 개방하는 방안을 중앙인사위와 협의 중이다.
개방형 직제는 모두 132개 자리. 이 가운데 현재 자리를 채운 117명의 간부 중 순수 민간인 출신은 15명뿐이다.
관료들은 이 제도가 시행 초기 ‘무조건 힘있는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분위기에 떠밀려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고 말한다. 중책보다는 참모직에 민간인을 등용하는 게 순리였다는 얘기다.
반면 민간전문가들은 공직사회의 연공서열과 ‘순혈주의’ 장벽이 더 문제라고 주장한다.공직에 입문하면 감수해야 하는 박봉 등 현실적인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개방형 직제는 한때 정부개혁의 상징처럼 비쳤지만 현실은 ‘외화내빈’이다. 오죽하면 유명무실하게 운영할 바엔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까.
박래정기자 경제부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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