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콜록콜록' 세살 기침 여든까지 간다

  • 입력 2002년 3월 24일 17시 30분


지난주에는 중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황사(黃砂)가 한반도를 ‘점령’했다. 예년보다 황사가 더 많이 더 자주 전국을 ‘엄습’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황사가 대기를 덮치면 대부분의 사람이 피부 눈 코 등의 괴로움을 느낄 정도로 피해를 준다. 그러나 천식 환자는 목숨을 잃을 정도의 엄청난 ‘재난’이 될 수도 있다.

겨울 동안 자동차 배기가스와 도시를 뒤덮는 스모그 탓에 고생해온 천식 환자에게 요즘의 황사는 봄철 꽃가루와 함께 더 큰 괴로움을 안겨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이 천식은 시골의 노인이나 일부 허약한 어린이만 걸리는, 감기 비슷한 병쯤으로 알고 있지만 천식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천식을 바로 알자〓루트비히 판 벤토벤, 체 게바라, 엘리자베스 테일러, 데니스 로드먼…. 모두 천식 환자였다. 인기가수 god의 손호영도 2000년 천식 치료로 가수 활동을 잠시 중단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천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천식은 도시병, 선진국병이기도 하다.

천식은 도시에 살면 증상이 더욱 악화하므로 ‘도시병’이라고 말한다. 도시에서는 아파트나 빌딩 등 밀폐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천식이 악화되기 쉽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 손지웅 교수는 “아파트나 빌딩은 1년 내내 비슷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돼 천식의 주범으로 꼽히는 집먼지진드기가 증식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식 환자는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뚜렷한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에서는 초등학생 중 천식 환자의 비율이 해마다 0.25%씩 증가하며 영국에서도 최근 10년간 천식 환자가 50% 정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소득이 증가하고 빠르게 도시화하면서 천식 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천식의 증세〓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자지러질 정도로 심하게 기침하는 것. 차고 건조한 공기, 담배 연기, 매연 등에 노출되거나 감기에 걸리면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문제는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혼동해 천식인 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는 것.

일반적으로 감기가 3주 이상 지속되거나, 열이 없고 목이 아프지는 않지만 숨이 차고 기침 가래가 있을 때는 천식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바른 치료법〓천식은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아 천식 환자의 절반 정도는 평생 이 병을 안고 산다.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과신하거나 ‘불치병’이라고 자포자기해 병을 키우는 사람도 있다. 천식은 환자마다 증상의 정도나 경과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적절한 평가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천식 치료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었다. 환자가 천식 증상으로 심한 고통을 받은 뒤에야 기관지를 넓히는 확장제를 투약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천식의 원인이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치료의 방향이 바뀌었다. 즉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평소에 알레르기 염증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 교수는 “천식 치료의 중요한 원칙은 일찍 발견해서 증상이 없더라도 꾸준히 치료해 기관지 변형으로 인한 만성화를 막는 것”이라며 “천식은 고질병이 아니라 고칠 병”이라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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