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1월 30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30억원으로 불린 L씨(51·여·대전)가 ‘개미’에게 들려주는 투자전략은 의외로 간단하다. 누구나 한두 번씩 들어본 투자격언들. 다만 보통의 개미투자자와 L씨의 차이점은 바로 ‘실천’이다.
L씨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86년은 ‘3저(低)’의 훈풍을 타고 주가가 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신문에서 ‘이제는 주식투자할 때’라는 기사를 읽고 상업은행(현 한빛은행)과 LG증권 등 금융주를 샀습니다. 6개월만에 갑절로 뛰더니 2년이 지나자 이익이 5억원으로 늘어나더군요.”
당시 L씨가 이용한 것은 신용만기. “증권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의 만기가 3∼5개월마다 돌아오면 매물이 쏟아져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그 때 주식을 샀다가 한달쯤 후에 팔고 다음 신용만기 때까지 기다립니다. 남들이 살 때 팔고, 팔 때 사는 ‘청개구리 원칙’을 이때부터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미국의 9·11테러 직후에도 모든 사람이 주식을 파는 것을 보고 나는 샀다”고 말했다.
한때 L씨는 투자를 잘 한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증권사 지점장 2명에게 5억원을 맡겼다. 그러나 이 돈은 영원히 L씨의 손을 떠나고 말았다. 외환 위기가 일어나기 직전에 깡통(투자원금을 모두 날리는 것)을 차고 말았던 것. “20%정도 손해가 났을 때 매도하라고 했지만 지점장들이 ‘기다리면 오른다’고 해 결국 5억원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남에게 맡기지 말라는 원칙은 이때 생겼지요.”
하지만 L씨는 외환 위기로 모든 사람이 주식을 팔려고만 했던 98년 2월, 3000만원으로 다시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98년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해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5억원가량만 주식투자를 위해 남겨두고 나머지는 안전한 국공채를 사고 35평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습니다.”
L씨는 “가끔 개미투자자에게 자신의 투자원칙을 말해주지만 대부분의 개미들은 고집이 세서 말을 듣지 않습니다. 루머와 정보를 찾아 헤매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공부도 하지 않은 채 옵션에 투자하더군요”라며 안타까워했다. L씨의 비법은 간단하므로 누구나 실천할 수 있지만 실제로 따라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
그는 “싼 주식을 사면 불안하지만 비싼 주식을 사면 마음이 편합니다”면서 삼성전자 SK텔레콤 삼성전기 삼성SDI 롯데칠성 롯데삼강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주요 투자종목이라 밝혔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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