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라디오 DJ로 활동하고 있는 배철수는 그동안 TV 고정 프로그램에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MBC ‘포토에세이 사람’ SBS ‘패트롤 25시’ 등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내래이션으로 목소리만 내비친 정도.
그러나 최근 한 아이스크림 TV광고에서 백마 탄 ‘막 생긴’ 기사로 출연,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한데 이어 5일 첫 전파를 탄 SBS ‘트루 스토리’(화 오후 7시5분)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배철수는 시청자들이 보내온 사연을 재현한 화면을 보며 특유의 털털하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소개하는 역할. 이 밖에도 각 방송사에서 내레이션을 해달라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으며 감기약 CF도 찍는 등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기범의 키크는 교실’을 운영하는 한기범은 ‘선수자격’으로 퀴즈나 오락프로그램에 가끔 나왔다. 최근에는 커피 패스트푸드 등 네 개의 CF에 출연하면서 ‘특급’ 대우를 받기 시작, 18일부터는 SBS 시트콤 ‘레츠고’(월∼금 오후 6시35분)에서 고정 배역을 받았다.
이 시트콤에서 한기범은 어린이 영어학원 강사.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걸핏하면 삐치며 안영홍을 짝사랑하는 ‘소심한 꺽다리’다. 다들 ‘야쿠르트’를 나눠 먹는데 자기만 안 준다고 몇 시간씩 말도 안 하고 “선생님 키가 너무 커 목이 아프니 좀 앉아달라”는 아이들의 요구에 상처를 받는다.
제작진은 “배철수와 한기범의 과도할 정도로 솔직한 이미지가 꾸밈없고 믿음직한 캐릭터를 원하는 시청자의 요구에 맞아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자 최은진씨(29·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배철수와 한기범을 보면 꼭 실 없고 무뚝뚝한 옆집 아저씨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철수와 한기범은 실제로 솔직 담백한 성격. 한기범은 “드라마에 출연해 보고 싶었으나 ‘저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우나’싶어 엄두를 못 내왔는데, 이번에는 ‘대사가 적다’는 얘기를 듣고 선뜻 캐스팅에 응했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곧 있으면 쉰이지만 내 나름대로 연륜을 담은 연기를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그러나 ‘트루스토리’에 매주 나오지는 않을 예정. 그는 “자주 나올만한 얼굴도 아닌데, 그때 그때 상황 봐서 결정하겠다”고 껄껄 웃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