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눈에 띄는 것은 수출 호조. 세계를 누비는 한국산 휴대전화기는 물론 초고속인터넷장비, MP3 플레이어, 셋톱박스 등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아이디어가 참신한 벤처기업의 수출 기여도가 높아져 눈길을 끈다.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던 닷컴기업의 수익성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IT분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 역시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해외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휴대전화기,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스마트폰 등 ‘포스트 PC’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기 수요확대는 메모리 수요를 유발해 국내 반도체산업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IT의 ‘새로운 봄’을 예감케 하는 일련의 흐름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더구나 잘 나갈 때일수록 강점 못지 않게 약점과 풀어야 할 과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IT산업의 궁극적인 우열을 좌우하는 요인은 기술력, 특히 핵심기술력이다. 그러나 한국은 초고속인터넷과 휴대전화 분야에서의 상용화기술은 세계적이지만 핵심부품은 여전히 퀄컴 등 해외업체에 의존한다.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공계 기피’는 기술확보의 관건인 기술인력양성에도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IT분야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지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경제에 미친 순기능은 단순히 빌 게이츠가 스타로 떠올랐다는 의미를 훨씬 넘어선다.
IT인프라와 상용화기술을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상품화할지도 연구해봐야 할 과제다. 일본의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무선인터넷 기술표준과 서비스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i모드를 앞세워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실패의 반복’만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나 기업들이 단순히 재테크가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의 측면에서 IT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묻지마 투자’나 ‘한탕주의’가 아니라 ‘IT와 제조업의 접목’을 통해 전반적인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 이제 정착돼야 할 때다.
기술개발이나 경제와의 전반적 연관효과를 무시한 채 자금유치와 주가 뻥튀기에만 급급해 한순간 벚꽃처럼 피었다가 꺾여버렸던 ‘IT 거품’의 참담한 전철(前轍)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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