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李仁濟) 후보측이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을 겨냥해 내놓은 ‘음모론’의 내용을 보면 결국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이른바 김심(金心)이 노 후보 쪽에 있고 또 그 배경에는 엄청난 정계개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근대적 작태인 밀실정치 파당정치의 요소가 바로 정치 음모다. 국민이 민주당의 경선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음모론’을 주시하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부작용과 폐해 때문이다. 정말 어느 세력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정계개편을 하려 한다면 장막 뒤에서 ‘꼼수’나 쓰고 있을 게 아니라 떳떳하게 내놓고 해야 한다. 누구든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나 통했던 ‘음모론’적 습성에 젖어 있다면 정치발전이나 정계개편은 논할 자격조차 없다.
따라서 ‘음모론’이 조금이라도 근거를 갖고 있다면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노 후보측이 스스로 실상을 밝혀야 당연하다. 그것이 민주당 경선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길이고 궁극적으로 정치 발전을 위하는 길이다. 노 후보 자신도 정계개편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그런 뜻을 갖고 있다면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과 동참 세력을 공개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노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음모론’의 ‘그늘’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
‘음모론’을 제기한 이 후보측의 책임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음모론’의 정황이나 의혹만 부풀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증빙자료를 내놓지 못하면 세(勢) 불리를 느껴 의도적으로 경선을 거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음모론’이 그야말로 실체가 없을 경우다. 그럴 경우 이 후보는 정치판에 설 자격조차 상실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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