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삼산동에서 동서식품 방향으로 달리던 차량들이 황색 신호등이 켜졌는데도 꼬리를 물고 교차로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어 계산동∼부평역 양방향으로 녹색신호가 떨어지자 차량들이 앞다퉈 교차로로 진입하면서 사거리는 순식간에 뒤엉켰다. 경적소리가 오갔고 부평역 방향으로 진행하던 일부 차량은 엉킨 교차로를 먼저 빠져나가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50m 떨어진 제1경인고속도로 부평인터체인지 출구(상행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삼산·계산동 방향으로 가려는 차량들이 U턴 차로로 들어오기 위해 계산동∼부평역 방향의 직진 차량들과 ‘끼어들기’전쟁을 벌였다. 이곳은 시간당 통행량이 5000대에 이른다.
운전자 김익성(金益成·42·부평구 부평1동)씨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접촉사고가 날까봐 걱정이 된다”며 “러시아워에는 이곳을 지나가기 싫다”고 말했다.
부평IC 사거리에서는 2000년 총 9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61명이 중상, 32명이 경상을 입는 인명피해를 냈다. 지난해에는 87건이 발생해 56명 다쳤다.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줄어든 것은 신고보상금제 실시 덕분.
▽너무 긴 교차로〓삼산동∼동서식품 방향 교차로 길이는 54m. 일반교차로와 비교하면 20m정도 길어 저속차량이나 뒤늦게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들은 교차로 중간에서 적색신호를 받기 일쑤다. 신호가 끝나가는데도 ‘일단 들이밀고 보자’는 나쁜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는 직진차량들과 직각 충돌사고를 자주 내는 곳이다.
부평경찰서 교통과 사고조사계 이배순(李培淳·38) 경장은 “상대편을 배려하는 양보운전만으로도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리한 차로 변경〓부평IC 출구에서 빠져나와 U턴하려는 차량들은 전방 200m 북부소방서 앞 삼거리에 이르기 전에 1차로로 진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산동에서 부평역 방향으로 직진하는 차량들과 측면 충돌사고를 자주 일으킨다. 일부 우회전 차량들은 무리하게 진입하려다 직진차량의 위세에 밀려 인도턱과 충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삼성화재 부평보상센터 윤현진 주임(31)은 “한 달에 배당되는 120여건 중 20여건이 부평 IC 사거리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구릉지라는 특성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워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선방안〓도로교통안전공단 인천시지부 김한기(金漢基·37) 연구원은 “삼산동∼동서식품 방향에 있는 횡단보도를 교차로 근처로 옮겨 교차로 통과거리를 10m가량 짧게 하고 약 2초간 모든 방향의 신호를 적색신호로 바꾸는 신호운영 방법을 택하면 신호위반사고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또 “보행자 통행량이 적은 부평 IC출구 방향의 인도폭을 줄여 우회전 전용차로를 확보하고 북부소방서 앞 U턴 시간을 현행 50초에서 60초 이상으로 늘려 대기차량의 길이를 줄이면 무리한 1차로 진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지역 사고빈발과 교통정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체교차로가 설치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인천경찰청 교통과 유수왕(兪壽王·44) 경위는 “부천시 상동, 부평구 삼산택지개발로 대단위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에 이 지역 교통량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예산확보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입체교차로 설치를 계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신부용(교통환경연구원장)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협찬〓손해보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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