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스타는 큰경기에 강하다”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19분


21일 LG 세이커스-SK 빅스간의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이 치러진 창원실내체육관. 경기가 LG의 2연승으로 막을 내린 뒤 장내 아나운서가 조우현을 그날 경기의 최우수선수(MVP)로 발표하자 김태환 감독이 조성원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이날 역전 3점슛을 포함해 기록상으로는 조우현이 앞섰지만 조성원의 ‘살신성인’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승리였기 때문.

‘플레이오프의 사나이’ 조성원이 살아났다. 조성원은 프로에 몸을 담은 97∼98시즌 이후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 현대 걸리버스(현 KCC 이지스)시절을 포함해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출전(39경기·모비스의 강동희와 공동 1위)이라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26일 시작되는 동양 오리온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부터는 출전이 곧바로 신기록으로 연결되는 셈.

조성원은 그만큼 큰 경기 경험이 많고 특히 승부처에서 강하다. 이 때문에 얻은 또 하나의 별명이 바로 ‘4쿼터의 사나이’다.

하지만 조성원은 올시즌 정규리그에서는 철저히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다. 99∼2000시즌 플레이오프 MVP에 이어 2000∼2001시즌 최우수선수(MVP)란 타이틀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올시즌을 출발했지만 전 구단이 조성원을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은 견고했다. 부진이 이어지며 체력저하로 슬럼프까지 따라왔고 시즌 막판에는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까지 겹쳤다.

정규리그 동안 조성원은 5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6.0득점에 그쳤고 전매특허같은 3점슛 성공률도 전 시즌(40.1%)에 비해 4% 가까이 하락(올시즌 36.0%)했다.

하지만 부진은 정규리그로 끝이었다. 포스트시즌 들어 체력을 회복한 조성원은 무리한 외곽 공격은 자제한 채 골밑을 파고들며 상대 수비의 의표를 찔러 SK 빅스와의 1차전에서 24점(2점슛 성공률 71%)를 기록한 뒤 2차전에서도 26점(2점슛 성공률 67%)을 챙기며 팀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3점슛이 위력은 크지만 확실한 감을 잡기 전에는 무리하게 던지지 않겠다는 것이 조성원의 생각이고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스피드와 돌파 능력까지 갖춘 조성원의 전방위 공격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자존심 회복을 노리는 또 한명의 스타는 이상민(KCC 이지스)이다.

이상민은 프로농구 MVP 2회 수상에 빛나는 명실상부한 최고 스타지만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만족스런 플레이를 선보이지 못했다. 팀이 표방했던 ‘토털 바스켓볼’이 무르익지 않아 동료들과의 손발도 맞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적응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이후 토털바스켓볼이 자리를 잡으며 KCC 돌풍이 시작됐고 이상민의 플레이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 결과가 1월19일 이후 22일 SBS 스타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20승3패의 무서운 상승세로 나타났다.

이상민은 “그동안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태웠을 뿐이었다”며 “올시즌전 동료들과 함께 목표로 정했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프로 입문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도 정규리그 MVP를 놓친 ‘국내 최고의 센터’ 서장훈(SK 나이츠)과 ‘최고의 파워포워드’ 전희철(동양 오리온스)도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인 플레이오프 MVP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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