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4시]실속파 신세대①/하고싶은 일 찾아 중기로…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31분


직장 경력 5년째인 김선영씨(28·여)는 ‘하퍼(Hopper)족’이다.

하퍼족이란 한 직장에 오래 머물면서 연공을 쌓아가는 게 아니라 메뚜기 뛰듯 회사를 옮겨다니는 신세대 직장인을 일컫는다.

김씨는 직장 생활 5년 동안 벌써 세 군데 회사에서 일했다. 대학졸업 후 영어잡지사에 잠시 있다가 외국계 홍보대행업체를 거친 뒤 최근 외국계 안전시험 및 인증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돈이나 직급보다 중요한 것은 그 직장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가 아닐까요. 한 직장에 오래 머물면 안정적일 수는 있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더 이상의 도전정신이 없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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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옮기면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자신이 세운 장기적 비전을 이뤄나가려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4번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 광고회사의 김성학씨(32)도 자신의 ‘변신’에 당당하다.

“회사를 자주 옮기는 사람을 ‘성실하지 못하다’거나 ‘끈기가 없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한 직장에서 모든 경험을 다 쌓는다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요. 오히려 자신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한자리에 눌러 앉아 있으면 무능하죠.”

지난해 1월 내로라 하는 휴대전화회사에 입사한 이준구씨(32)는 입사 두 달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씨가 새로 택한 직장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한 정보통신 리서치회사. ‘잘 나간다’는 대기업 대신 초라한 벤처기업을 선택한 것.

“회사를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전화에 시달려야 했어요. 어떤 친구는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느냐’며 걱정해주고, 심지어 ‘웃기는 녀석’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명문대 석사출신인 이씨는 휴대전화회사에 입사하면서 정보통신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희망했다. 대학원에서 통신정책 쪽 논문을 쓴 터라 전문성을 가지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본인의 뜻과 달리 국내 마케팅 분야에 발령받았다.

“하고 싶은 일을 시켜주지 않은 회사를 탓하고 싶지는 않아요. 신입사원인 제가 원하는 부서에 바로 갈 수 있다면 비정상적이겠지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분야에서 빨리 일하고 싶었어요.”

다음달이면 전직(轉職)후 1년이 되는 이씨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일년동안 써낸 국내외 동향 보고서만 해도 15건이 넘는다. 거의 20일에 논문 한편씩을 쓴 셈. 야근은 물론 꼬박 밤을 새는 일도 하루이틀이 아니지만 “남들에게 초라해 보일지는 몰라도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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