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지훈련에서의 고된 훈련량을 말해주는 증거. 그는 “신인이란 생각으로 다시 시작했다. 프로 10년간 이처럼 훈련을 열심히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뭐가 그를 달라지게 만들었을까. 지난해 삼성에서 잔부상과 코칭스태프와의 마찰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김기태는 시즌뒤 SK로 트레이드됐다.
유니폼을 새로 갈아입은 ‘이적생’들의 공통점이 바로 의욕과 근성. 지난해 현대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돼 타율 0.344(369타수 127안타)에 24홈런 88타점으로 프로 7년만에 최고의 성적을 거둔 심재학처럼 성공사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훈련량을 입증하듯 김기태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368(타격 6위)의 좋은 성적으로 올해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김기태 뿐만 아니라 유난히 굵직굵직한 선수들이 옷을 많이 바꿔 입은 올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이적생 성공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두산에서 뛸 때 ‘만년 2인자’였던 포수 이도형(27). 장타력을 갖춘 대형포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김태형과 진갑용, 홍성흔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두터운 포수진에서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하고 대타 대수비요원으로만 맴돌았다. “트레이드 시켜달라”며 단장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 끝에 올해 한화로 팀을 옮기더니 시범경기에서 25일 현재 홈런(3개)과 타점(7개) 1위에 타격 4위(0.389)로 매서운 타격솜씨를 선보이며 주전자리를 예약해 놨다.
SK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오상민(28)도 2경기에서 4와 3분의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왼손투수 기근에 시달리던 김응룡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삼성 양준혁(33)은 ‘오매불망’ 그리던 고향팀으로 돌아간 케이스. 4년간 23억2000만원으로 자유계약선수(FA) 사상 최고액의 대접을 받고 3년만에 삼성에 컴백한 양준혁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18을 거두며 10년연속 3할 타율에 시동을 걸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