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亞太재단 의혹수사가 핵심이다

  • 입력 2002년 3월 25일 17시 47분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이 비리수사의 모범을 보이고 어제 활동을 마감했다. 105일이라는 제한된 기간에 ‘이용호 게이트’에 국한한다는 한계 속에서 각종 비리를 규명해낸 특검의 활약은 수사의지만 있다면 제아무리 강한 권력이 연루된 비리도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사임과 그의 동생 구속,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였던 이수동씨 구속 등 특검이 이룩한 성과를 지켜보며 국민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권력형 비리 수사에 무력했던 검찰의 초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검이 지핀 소중한 모닥불이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이명재 검찰은 특검에 쏟아지는 국민의 찬사 속에 검찰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음을 읽어야 한다. 검찰이 이 기회를 살려 국민의 뜻에 부응하면 다시 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신의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넘겨받은 후속수사의 핵심은 아태재단 관련 의혹이다. 특검은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고교 동창인 김성환씨의 6개 차명계좌에 90억원이 입금됐다가 아태재단 관계자 등에게 흘러갔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가 ‘못 볼 것을 봤다’는 말로 표현한 권력형 비리의 단초를 검찰에 넘긴 것이다.

검찰이 특검처럼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은 마음으로 정도와 원칙을 갖고’ 수사에 임한다면 국민 앞에 시원하게 의혹을 파헤칠 수 있다고 본다. 특검팀의 급조된 소수 수사팀이 찾아낸 ‘거악(巨惡)’의 입구에서 거대조직을 갖춘 검찰이 또다시 헤맨다면 누가 비리를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믿겠는가.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민감한 시기에 이수동씨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으니 검찰은 잘못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조직을 자르는 아픔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사느냐 죽느냐, 이것은 검찰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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