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업체 사장은 이사 직후 폐기물 더미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막아달라고 환경부에 몇 차례 전화했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무소식이다. 안산시에 호소했더니 “(시장이) 한 번 더 당선되면 폐기물 관리업무가 환경부에서 안산시로 이관되도록 힘쓰겠다”는 ‘선거공약’만 난데없이 들었다.
대중교통은 아예 없다시피 해 직원들의 통근버스 운행비와 교통비로 월 700만원가량이 추가로 들어간다. 노선을 증설해 달라고 했더니 산업단지공단은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고, 시는 ‘도 조례가 없어 지원을 못한다’, 버스회사는 ‘적자노선이라 못 들어온다’는 반응이다.
▶본보 25일자 A16·17면 참조
공단 내 도로표지판 설치 등 시설물 관리도 시와 중앙정부가 서로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뤄졌다. 신호등 연동도 잘 안돼 시에 시정을 요청했지만 다시 한번 지자체 예산타령만 들었을뿐 달라진 것이 없다.
시흥시 지방세수의 30%, 안산시 지방세수의 15%는 반월·시화공단에서 나온다. “세금은 꼬박꼬박 받으면서, 시 예산은 못 쓰겠다는 것 아니냐”는 한 업체 임원의 푸념이 지나가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3000여개 기업, 11만여명이 일하는 반월·시화공단의 현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첨단 산업단지 건설’ ‘제조업 경쟁력 강화’ 같은 정부의 장밋빛 구호를 무색케 한다.
98년 외환위기 직후 대한항공이 적자를 보던 서울∼일본 오이타(大分) 노선을 없애려 하자 오이타현은 재정수입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에 연 2075만엔의 공항사용료를 면제해줬다.
입주 기업들의 불편을 외면해 떠나도록 유도하는 듯한 한국의 지자체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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