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DJ임기내 돌파구 마련… 北, 美무마-경제 실리 노려

  • 입력 2002년 3월 25일 18시 18분


남북 양측이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특보의 대북 특사파견에 합의한 것은 정권 임기 내에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남측의 희망과 대북지원 확보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으로부터 피난처를 확보하려는 북측의 이해가 접점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정부의 특사파견 제의 배경〓우리 정부가 특사 파견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경색된 남북관계는 특단의 대책으로만 돌파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의 남북 소강상태에 대한 정부의 위기감을 반영한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가 특사방북 협상에 박차를 가한 것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마저 혼란에 빠진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정부는 우선 비공개 협상채널을 통해 북한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뒤 이를 바탕으로 1월29일 북측에 4차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 그러나 이 직후 부시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터져 나오자 북측은 이 제의를 묵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국 대화의 끈을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담판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남북간 현안으로 걸려 있는 경의선 연결 및 금강산 육로관광 등은 군부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 따라서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연히 정부 내에 형성됐다. 특히 2000년 9월 북측 김용순(金容淳) 대남 담당 비서가 특사로 서울을 방문했을 때 남북문제 전반을 격의 없이 논의하고, 각종 합의를 이뤘던 점도 정부 당국자들이 이번 특사 방문에 상당한 성과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북한의 특사 수용배경〓북한이 남측의 임동원 특사 파견 제의를 수락한 것은 미국의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피하면서 나름대로 실리를 찾겠다는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들어 인권문제까지 들고 나온 미국의 대북(對北) 집중 포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테러 전쟁의 기치를 내세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이어 북한을 핵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의 핵 태세 검토(NPR) 보고서가 나오자 북한의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남측의 특사 파견 제의를 수용한 것은 북-미 대화뿐만 아니라 남북대화에도 응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온 미국 측의 의심을 불식시키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남측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문제. 북한에 대해 호의적인 현 정권 하에서 최대한 실리를 취하자는 것도 특사 파견을 수용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듯하다.

또한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탄생 90주년을 계기로 한 아리랑 축전(4월29일∼6월29일)에 남측 인사들의 대대적인 방문을 통한 ‘외화벌이’ 구상을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게다가 4월 춘궁기를 모면할 쌀 30만t을 남측에서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 특사가 과연 얼마나 성과를 얻어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 정부가 정보당국 간 비선라인을 통해 특사 방북을 성사시켰다는 점 때문에 향후 각종 밀약설이 양산될 소지도 남기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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