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탤런트 전무송(61)이 전국 각지의 지인들과 팬으로부터 하루에도 수차례씩 듣는 말이다. KBS1 대하사극 ‘태조 왕건’에서 책사 최승우 역을 맡아 지략가로 활약했던 그가 요즘 KBS2 ‘동물원 사람들’에서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동물원장 고대식은 냉수욕을 하다 옷을 잃어버려 팬티 바람으로 서울대공원 산책로를 달리고 자녀들이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툭하면 ‘삐지는’ 푼수 아빠다.
“나이가 들면 서운해 지는 게 많아요. 자녀나 후배들이 나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놀면 괘씸하기도 하고, 나이들었다고 괄시하나 싶어 서럽기도 하거든. 고대식은 어쩌면 전형적인 이 시대 아버지인지도 몰라요.”
‘태조 왕건’이 끝난 뒤 20일만에 촬영에 합류했다는 그는 여행을 다니며 ‘태조 왕건’을 잊는데 노력했다. “옛날부터 한 작품하면 그걸 가능한 빨리 잊어버리는 버릇을 들여왔어요. 그래야 새 배역에 몰입할 수 있지요. 배우는 배역이 햄릿이든 깡패이든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올해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지 꼭 40년.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배역이 부지기수다.
“마피아 보스역을 하고 싶어요.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란도같은. 험악하게 인상쓰는 중간 보스 말고, 겉으론 온화하나 속으론 정말 잔인한, 그런 진짜 보스.”
그는 올해 환갑이다. 스스로 “한바퀴 돌았다”고 말하는 그는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길 참 잘했다”고 지난 세월을 돌이킨다. “방황했던 젊은 시절, 연극을 만나며 인생이 거듭났어요. 희곡을 접하면서 삶을 진지하게 생각했죠. 연극을 택하지 않았다면 세익스피어 희곡을 읽어보기나 했겠어요?”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