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시범경기. 4-5로 뒤진 7회말 2사 1루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1-1에서 두산 이혜천을 상대로 노려 친 볼은 몸쪽 아래 꽉 박히는 빠른 직구. 이승엽은 몸의 중심이 약간 흐트러졌지만 최대한 팔로스윙을 이어갔고 타구는 하늘로 한참을 떠가더니 대구구장 오른쪽 스탠드에 꽂혔다.
경기를 단숨에 뒤집는 역전 2점 아치이자 올시즌 시범경기에서 7게임 30타석(29타수) 만에 쳐낸 첫 번째 홈런이었다.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에 참가, 6경기에서 친 3개(11타수)의 안타를 홈런 2개에 2루타 1개 등 모두 장타로 장식하고 돌아온 이승엽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단 한 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했다. “바뀐 타격폼에 아직 적응이 덜된 게 아니냐”는 주위의 평가가 나온 것은 당연한 일.
이승엽은 이미 지난해초 한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유의 ‘외다리 타법’을 포기하고 오른다리를 들지 않는 타격폼을 시도하다 시범경기에서 단 한 개의 홈런도 쳐내지 못한 뒤 정규시즌에 들어가선 원래의 타법으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부터는 바꾼 폼을 끝까지 유지할 계획. 이승엽은 “야구를 오래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삼진이 많았던 이유도 오른다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맞상대인 두산과 삼성이 올해 처음으로 맞붙은 이날 경기에선 삼성이 이승엽의 역전홈런 및 양준혁과 김한수가 나란히 3타수 2안타를 치는 활약으로 7-6 승리를 거뒀다.
수원에선 기아 이종범이 6회 2점아치를 그리며 현대를 상대로 홈런 신고식을 했다. 그러나 승부는 선발 김수경이 5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한 현대가 6-4로 승리.
SK는 1-2로 뒤지던 8회 5안타를 집중시키며 5득점, 롯데를 제물로 인천 문학구장 개장 후 첫 승(1무5패)을 거뒀고 잠실경기는 한화가 LG에 5-2로 승리.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