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감청건수는 매년 크게 증가해왔다. 정보통신부 발표를 보면 지난해 감청건수는 모두 2884건으로 전년보다 21.2% 늘었고 통신이용자의 통화시간 전화번호 등 통신자료 제공은 무려 68.6% 늘어난 27만584건이나 됐다.
특히 국가정보원의 경우 감청건수가 65.2%, 통신자료 제공이 76.7%나 늘어 검찰보다도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대공분야와 해외정보수집이 주업무인 국정원의 국내 감청이 급증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거나 적법절차를 거쳐 요구한 것만 집계한 것이다. 불법적인 감청은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감청이 늘고 있는 것은 범죄가 증가한 탓도 있으나 감청에 대한 규제가 허술할뿐더러 감청을 하지 않겠다는 수사기관의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있으나 감청 허가대상 범죄가 너무 많고 감청 허용기간도 길다. 사실상 수사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감청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다. 국민의 인권보다는 수사기관의 편의가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정부가 뒤늦게 통신비밀보호법을 고쳐 4월부터 감청요건이 강화될지라도 이를 지켜야 할 수사기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과연 안심할 수 있겠는가.
누군가가 전화를 엿듣고 사생활을 감시한다면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통신비밀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국민의 기본권이다. 개개인의 통신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국기(國基)를 흔드는 범죄나 다름없다. 수사목적이라 하더라도 감청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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