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기록물 관리제도의 이해’(진리탐구)를 출간한 이원규씨(39·사단법인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사무국장)는 부실한 국내 기록보존문화의 단적인 예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씨는 “지금까지 한국의 기록문화는 ‘분실’과 ‘폐기’의 역사였다”면서 “행정부 등 공공기관이 매년 생산하는 문서가 800만권에 이르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문서는 70만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이 자료들을 대부분 폐기해 업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기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1998년 100대 개혁과제 중 하나로 선정됐습니다. 올해 김대중 정부가 처음으로 청와대 문서를 대전의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할 예정이고 지방자치선거 대통령선거 등 권력 교체기여서 기록물의 가치가 더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는 200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아직도 문서를 관리 보존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문서 기록과 행정 수행이 끝이었지만 이제는 그 기록을 분류 보존하고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씨는 1997∼2000년 정부기록보존소 전문위원으로 재직 당시 법령 제정 및 순회교육을 맡았고 한국외국어대, 명지대 대학원에서 기록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기록물관리제도의 정착이 ‘책임 행정’과 ‘정책 실명제’ 차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기록보존소가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