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에서 2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김주동(50·강화군 양사면)씨는 요즘 마음이 한결 가볍다.
황사가 섞이긴 했지만 며칠전 봄가뭄 걱정을 덜어주는 단비가 내린데다 하루 16만원이면 ‘농기계은행’에서 대형 궤도형 트랙터(1억원 상당)를 손쉽게 빌릴 수 있기 때문.
덕분에 3000평에 달하는 논을 구석구석 느긋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
집에 소형 트랙터가 있기는 하지만 질퍽한 논바닥에서는 움직이기 어려운데다 궤도형 트랙터가 워낙 비싼 탓에 강화지역에서는 그동안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농기계은행에서 궤도형 트랙터를 비롯해 20여 가지에 달하는 농기계를 부담 없는 가격에 빌려 쓸 수 있다.
비교적 조작이 간단한 기계는 사용법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농기계은행(www.kanghwa.inchon.kr, 032-930-3265)은 김씨처럼 고가(高價)의 농기계 구입에 부담을 느끼는 농가를 위해 강화군이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
비용(5억여원)은 1999년부터 2년 연속 수상한 ‘쌀 생산 대책 우수 사례’ 상금(4억원)에 시·군 지원비를 합쳐 마련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는 논두렁 조성기, 하우스 밴딩기, 배수로 정비기 등 모두 14종 45대.
대부분 5000∼5만원이면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농민들이 일일이 손으로 하던 작업을 대체하는 것도 많아 요즘은 농민들 사이에먼저 빌려 가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강화군 농업기술센터 노문진 팀장은 “농가부채의 상당 부분은 고가의 농기계 구입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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