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4월 4일자)에서 “지난해 미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는 시점에서 9·11 테러가 발생해 악재가 중첩됐지만 세계 경제가 신속히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집값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늘어난 소비자들의 왕성한 지출 덕분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처음으로 개발한 세계 선진국 집값 지수에 따르면 2월 말 기준으로 지난 1년간 물가인상률을 감안한 미국 집값의 실질상승률이 사상 최고치인 5.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집값도 8.5%나 올라 88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집은 한 가구의 자산 중에서 미국의 경우 25%, 서유럽 국가들의 경우 30∼40%를 점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주가보다는 집값의 변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집값의 상승으로 부(富)가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주식시장의 위축과 실업률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늘려 생산을 촉진함에 따라 불황에서 세계 경제를 구했다고 이 주간지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조사대상 14개국 중 경제 회복세에 있는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선진 12개국에서는 지난해 모두 집값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본과 독일은 집값이 각각 -3.6%, -0.9% 떨어져 집값과 경기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집값은 저금리에 힘입어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싼 이자로 주택장기할부금융(모기지·mortgage)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앞다퉈 집을 장만하면서 집값이 뛴 것.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요인이 없어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집값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이 주간지는 전망했다.
그러나 미래의 소득을 현재 끌어다 쓰는 소비성향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에만 의존해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이 주간지는 지적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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