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코트에서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SK나이츠 센터 서장훈(28·2m7)과 KCC이지스 센터 재키 존스(35·2m1)도 바로 그런 경우. 서장훈과 존스는 지난해까지 2시즌 동안 SK에서 ‘쌍 돛대’를 이루며 99∼2000시즌에는 챔피언에 올라 기쁨을 함께 하기도 했다. 연세대 시절 1년 동안 미국 유학을 다녀온 서장훈은 유창한 영어로 ‘형님’ 존스와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꽃피웠다.
하지만 존스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실패, KCC의 지명을 받으면서 맞서 싸워야 할 처지가 된 것.
27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와 KCC의 1차전을 앞두고 존스는 상대 벤치로 찾아와 서장훈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때 서장훈은 존스에게 손가락 2개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블록슛 1인자인 존스에게 ‘오늘은 2개 정도만 하라’는 둘만의 신호를 보낸 것. 경기 도중에도 서장훈과 존스는 틈만 나면 이야기를 나눠 주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들 둘은 모두 심판 판정에 민감할 때가 많아 수시로 “냉정해라(Keep calm)”라고 조언했다는 것이 경기가 끝난 뒤 존스가 밝힌 설명.
누구보다도 절친한 사이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은 승리를 위해 상대편을 넘고 일어나야 할 처지. 1차전에서는 13점에 19리바운드, 6블록슛으로 골밑을 장악한 존스가 20점, 8리바운드에 머문 서장훈을 압도했고 승부는 당연히 KCC의 승리로 끝났다. 서전을 장식한 존스는 “서장훈은 내외곽을 넘나들며 공격을 이끌었고 자유투 성공률도 100%로 완벽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장훈 역시 “존스와 계속 한솥밥을 먹고 있다면 우승은 문제없을 텐데…”라며 아쉬운 눈길을 보냈다.
KCC 신선우 감독은 “골밑 싸움에서 우위를 지킨 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며 존스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SK 최인선 감독은 “리바운드에서 34-43으로 열세를 보인 것이 패인”이라며 “서장훈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존스의 수비가 좋았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대로 29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2차전도 역시 서장훈과 존스의 포스트 대결에 따라 양팀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