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4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김일성 북한 주석을 환영하는 공항 영접행사에서 기품 있는 옷차림의 여대생이 커다란 꽃다발을 김 주석의 품에 안겨 눈길을 끌었다. 여대생은 대통령궁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김 주석을 위해 우아한 몸짓으로 인도네시아 전통춤을 추었다. 그 여대생이 바로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던 수카르노의 맏딸 메가와티였다. 대통령의 딸이 영접행사 주역으로 나설 정도로 양국 지도자의 관계는 각별했다. 수카르노가 한 해 앞서 북한을 방문했고 김 주석은 답방 스케줄을 수카르노가 주도해 성사된 반둥회의 10주년에 맞추었다.
▷김 주석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북한에는 역사적인 것이었다. 김 주석은 알리 아르함 사회과학원에서 연설하면서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라는 이른바 주체사상의 4대 원칙을 천명했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에서는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것이 김 주석이 얻은 최초의 학위였다. 그가 보로르 식물원에서 수카르노로부터 선물받은 난과에 속하는 붉은 꽃은 나중에 ‘김일성화’로 명명돼 북한 주민이 떠받들어야 하는 우상화(花)가 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당시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 자격으로 아버지를 수행해 다섯살 아래인 메가와티를 만났다. 집권 과정은 다르지만 대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두 사람. 선대(先代)의 각별한 우의까지 기억하고 있을 테니 두 사람의 만남은 통상적인 정상회담과는 사뭇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그 내용이 우리 정부에 소상히 전달되었으면 한다. 흔치 않은 외국 정상의 ‘남북한 연쇄 방문 외교’에 거는 기대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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