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스포츠는 새로운 할리우드다. 따라서 스포츠스타는 당연히 헐리우드 스타다. 이제 스포츠는 각종 매체가 주도하는 ‘스타연예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포츠스타는 ‘생산’되고 ‘마케팅’ 된다. 대중은 스포츠스타를 ‘생산’하거나 ‘소비’한다. 스포츠스타는 TV광고 자선무도회 스포츠이벤트 등을 통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다.
이 책은 바로 이렇게 생산된 스포츠스타들의 ‘영웅만들기’에 대한 비판적 에세이집이다.
스포츠스타는 보통 21세기 통제불능의 삼위일체라 할수 있는 ‘상업 스포츠+연예매체+후기산업 자본주의 문화’에 의해 만들어 진다. 그들은 한 개인인 운동선수를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대중의 환타지에 맞는 정체성이나 이미지로 포장한다. 여기에는 사회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 국적 등의 수단이 사용된다.
이 책의 밑바탕에는 스포츠를 소비대중의 욕망과 동일시를 조장하고 다양한 상징적 가치들로 물들어 있는 상업문화의 산물로 보는 관념이 짙게 깔려 있다. 분석 대상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축구천재 마라도나,일본 야구영웅 노모 히데오 등 13명.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20세기 후반 자본주의와 인종 이데올로기를 절묘하게 이용해 명사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이미지는 ‘에어(날아 다니는) 조던’이다. 이것은 신발회사 나이키가 만든 이미지다. 그래서 조던은 ‘나이키를 신은 예수’다. 한마디로 조던은 전세계에 수출하는 ‘미국의 다국적상품’이다. 또한 조던의 이미지엔 ‘건강한 개인주의’를 칭송하는 미국의 이상이 녹아 있다. ‘인정 많은 남성’으로서 ‘가정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가장으로서의 이미지도 스며 있다. 그는 한마디로 미국적 이데올로기를 대변한다.
같은 흑인 농구스타인 데니스 로드먼은 어떤가. 그는 ‘안티 조던’이다. 그는 ‘정치는 똥’이라고 말한다. 똑같은 흑인이라도 로드먼은 조던과 달리 백인 주류사회에서 일탈된, 어딘지 병리적이고 음습한 가정생활을 하는 흑인들을 대표한다. 백인 우월 사회에서 그는 ‘검은 킹콩’이다. 대중은 로드먼이라는 흑인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 전복성에서 마치 청룡열차를 타고 있을때의 아슬아슬한 ’발바닥 간지러움’을 느낀다.
‘늙은 조던’은 아직도 미국프로농구 워싱턴 위저즈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옛날만큼 훨훨 날지 못한다. 드리블할 때 길게 내민 혀는 이제 늙은 노새의 헉헉 거리는 혓바닥 같다. 로드먼은 이미 농구판을 떠났다. 그는 가끔씩 해외토픽란에 나타난다. 축구판을 떠난 마라도나는 아직도 철없이 엽기행진을 벌이고 있다.
운동선수로서의 그들은 이미 천수를 다했다. 그러나 이미지로서의 그들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다.
마라도나는 말한다. “내가 살아 있는 신화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선 대단히 고맙지만 난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난 내 자신을 신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저 몇몇 축구경기에서 승리했을 뿐이다”
김화성 기자 mars@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