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동아일보가 올 2월 부동산중개업자 128명과 부동산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이 질문을 던지자 ‘금리’라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19.9%가 집값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금리변동’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높은 33.9%가 금리를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전세난, 새 아파트 분양가, 선거, 월드컵 등은 뒷전이었다.
실제로 금리는 부동산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최근까지의 서울 강남을 진원으로 한 가파른 집값 상승을 지켜보면서도 정작 저금리와의 연관성은 잊고 산다. 눈은 뜨고 있지만 실체를 못 보는 것.
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당장 생각나는 계층은 은퇴한 금리생활자다. 채권투자자도 직격탄을 맞는다. 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과 완벽한 동의어다.
주식투자자도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요소는 ①금리와 ②기업실적. 금리가 떨어지면 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한다. 최근 6개월간의 증시활황에도 금리 요인은 크게 작용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부동산도 주식시장과 같은 논리로 움직인다. 최근 부동산 가격 앙등의 상당부분은 경기진작을 노린 당국의 부추김 때문이었다.
한계기업은 금리 1%포인트에 목줄이 잡혔다 풀렸다 한다.
거시경제 쪽에서 보면 투자, 경제성장, 물가, 환율, 국제수지 등이 모두 금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금리는 물가상승 예상치에 기대성장률을 더한 값이다. 또 원화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원화수익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며 이는 외국자본의 한국 유입을 촉진한다. 즉 환율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요즘 우리는 광복 후 처음 경험한 ‘저금리시대’의 끝물을 지나고 있다. 금리가 낮았던 것은 한국은행이 돈줄을 넉넉히 늦췄기 때문이다. 덕분에 경기는 살아나는 조짐이 뚜렷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리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정책이 약효를 내는 데 보통 3개월쯤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양대 선거와 월드컵 등도 따지자면 팽창 요인이다.
박승(朴昇) 신임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4일 주재한다. 대표적인 성장론자로 꼽히던 그의 경제관에 그동안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금통위가 이번에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경기와 통화에 대해 뭐라고 언급할지는 큰 관심사다. 금리의 바닥치기는 이미 시작됐는가? 저금리 시대는 언제쯤 끝날까?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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