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이 나야 응원도 재미있지 않을까요.”2002월드컵 때 축구 팬의 최선봉에 서서 한국축구대표팀을 응원할 ‘붉은악마’ 신인철 회장(34·아래 작은사진)은 “국민 전체가 신바람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신 회장이 축구팬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배경엔 ‘노래’가 있다. 예로부터 한국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흥을 북돋웠다는 점에 착안해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응원단의 분위기에 휩쓸리도록 하기 위해 응원가 8곡을 제작해 CD로 만들어 4월 중순부터 배포할 예정이다.
“신나는 노래이기 때문에 축구팬이면 모두 좋아할 겁니다. 응원가가 국민들에게 전파된다면 경기장에선 자연스럽게 응원단과 하나가 돼 대표팀을 응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응원가를 자연스럽게 어깨를 들썩거리며 부를 수 있게 만들어 경기장에서, 아니면 집에서 TV를 시청하면서도 응원가를 부르며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 록가수들이 록음악처럼 불러 듣고만 있어도 신명이 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전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흥을 돋운다고 해도 팬이 맘놓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
“정부나 월드컵조직위는 외국에 보여주는 월드컵에만 신경쓰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철저하게 즐기는 월드컵이 돼야 하며 그런 공간이 마련돼야 합니다.”
축구팬이 열기를 발산할 곳이 경기장밖에 없다는 게 축구문화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 신 회장은 ‘축구의 엘도라도’ 유럽에선 자국이 이기면 모든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승리의 기쁨에 겨워 ‘하나’가 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폴란드나 미국, 포르투갈을 누르고 16강에 올랐을 때 축구팬이 서울 광화문 거리로 몰려나온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경찰은 군중을 해산하기에 바쁠 것입니다. 이제는 정말 국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문화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신 회장은 월드컵때 유럽의 축구팬이 자국의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한국에 와 자국이 이겼을 때 거리로 뛰어나와 술을 마시며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인데 그때 받을 ‘문화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자연스러운 축구문화을 위해서 정부가 이제라도 신경을 써야 한다게 신 회장의 주장이다.
▽붉은악마는…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둔 97년 초 PC통신 하이텔의
축구관련 동호회가 국가대표 응원단을 만든 게 붉은악마의 효시.
처음엔 가칭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Great Hankuk Supporters Club)’으로 활동했는데 공모를 통해 97년 8월 83년
멕시코세계청소년축구대회 이후 한국대표팀을 호칭하는 ‘붉은악마’로 명칭을 확정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신분이 확인된 회원만 6만8000여명.
조직 구성은 수도권, 중부, 호남, 영남, 특수지부(제주,강원) 등 5개 지부에 각 지부 산하에 지회가 있다.
또 지회엔 다양한 소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붉은악마 홈페이지(www.reddevil.or.kr)가 4월 중순 온라인커뮤니티로 전환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웹진을 통해
올바른 축구문화를 선도할 예정.
건전한 수익사업도 추구할 계획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J유니언’마쓰시타 회장“16강 우리도 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다 아직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서포터인 우리로서는 이번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 셈이죠.”
일본축구대표팀 응원단인 ‘J서포터스(J유니언)’ 회장 마쓰시타 게이이치(31·아래 작은사진). 그는 2002월드컵축구 본선에서 한일 양국 서포터스들이 자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위해 치열한 응원 경쟁을 벌이자고 말했다.
J유니언은 ‘울트라 닛폰(울트라스)’과 함께 일본대표팀 응원단을 이루는 양대 축. 항상 경기장에서는 울트라스 건너편 골대 뒤에 자리잡고 응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회원은 약 800명.
마쓰시타씨는 대학시절까지 축구선수였다. 허리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고 이후 어릴 때부터 계속해온 일본대표팀 응원에 적극 나서게 됐다. J유니언을 결성한 것은 93년 J리그(일본프로축구)가 출범하면서. 함께 응원하던 동료들과 자연스레 모임이 형성됐다. J유니언은 이후 관객석을 일본대표팀 유니폼과 같은 푸른 색으로 메우기 위해 청 티셔츠 300매를 관람객에 배포하기도 했다.마쓰시타씨는 J리그가 출범한 지 이제 10년이 됐고 그만큼 대표팀 실력도 향상됐다고 말한다. 물론 서포터도 함께 발전했다고 확신한다.
“과거엔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 외엔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이 일본대표팀 성적에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 생각하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마쓰시타씨는 그간 축구를 통해 한국 친구들을 사귀게 됐고 한국의 참 모습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월드컵 공동개최는 한국과 일본 양국 서포터스들이 서로의 좋은 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마쓰시타씨는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기 전 한국의 국제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2002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을 서로 잘 알아가기 위해서다.
▽日응원단은…
일본의 대표적인 축구
응원단은 ‘울트라 닛폰’과 ‘J유니언’이다.
울트라 닛폰은 붉은악마와 대비돼 이미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응원단이지만 J유니언은다소생소한모임이다.
일본 대표팀 경기 때 일본 골문 뒤쪽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서포터스가 울트라 닛폰이라면 J유니언은 그 건너편 골문 뒤에 자리잡고 있다.
둘 다 92년 활동을 시작했고 일본이 우승한 92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부터 본격적인 대표팀 응원 활동에 나섰다.
이후 93년 일본 프로축구가 출범하면서 서포터 활동은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붉은악마처럼 특별한 조직이나 사무실은 없고 느슨한 형태의
자발적 응원 모임이다.회원수는 울트라 닛폰이 약 8000명,J유니언이 약 8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2002월드컵축구대회 때는 입장권 구입 등에 어려움이 있어 조직적인 응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마베 야스히로 아사히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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