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이 성공 개최를 장담하고 있는 이유의 하나는 바로 4만여명에 달하는 양국 자원봉사자들.
월드컵 기간 중 각 분야에서 활약할 자원봉사자들은 착실한 준비로 성공개최를 다짐하고 있다. 한국의 최연소 자원봉사자인 안혜신양(18)과 일본의 외국어 자원봉사자인 다케야 레이코의 각오를 들어본다.
▼한국 최연소 안혜신양 “축구기사 빼놓지 않고 읽어”▼
“저의 작은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최연소 자원봉사자 안혜신양(18)은 ‘고 3’이던 지난해 5월 지원서를 냈다. 2002대학입시 수시모집이 한창이었는데 각종 언론매체에서 2002월드컵 자원봉사자 지원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보도가 줄을 잇자 ‘나라도 나서야 겠다’는 마음에 선뜻 지원하게 됐다. 대입준비에 바쁜 터라 부모님이 반대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대사’를 잘 치르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람이 모자란다는 마음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가 지원서를 내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몰려들었어요.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이 닥치면 잘 하는 것 같아요.”
안양은 외국어(영어) 의전담당 자원봉사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시절 5년간 태국의 외국인 학교에 다닌 데다 중고등학교 때도 영어에 관심을 많이 가져 영어 하나는 수준급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는 외국어만 잘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
“얼굴에 웃음을 띠고 친절하게 대해주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못주는 자원봉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도움을 청하는 외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다 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한양대 연극영화과 신입생인 안양은 대학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쁘지만 월드컵 때 외국 관계자들에게 한치의 허점도 보이지 않기 위해 매일 신문에서 월드컵과 축구 관련기사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 축구관련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서울시내 관광안내’를 부탁받을 것을 대비해 서울시내 지리를 익히는 데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한 책도 읽고 있다. 이번 월드컵 때 자원봉사자의 경험이 장차 희망인 영화감독이 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열성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솔직히 대학생활에 적응하면서 자원봉사자를 준비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가슴이 뿌듯해요.”
이젠 부모님을 비롯해 걱정스럽게 바라봤던 주위 사람들이 안 양의 적극적인 생활자세에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제가 지원서를 냈을 때 반대했던 친구들이 이젠 저를 부러워 해요.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월드컵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다고 방관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자리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월드컵을 잘 치를 수 있을 거에요.”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일본 다케야 레이코씨 “꽃을 통한 국제 교류 희망”▼
다케야 레이코는 꽃꽂이 강사다. 도쿄에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일본의 전통문화인 꽃꽂이를 가르친다. “꽃을 통해 국제교류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아울러 그는 일본축구대표팀의 열광적인 서포터이기도 하다. 지난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때부터 응원을 시작했다.
그는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JOWOC)가 2002월드컵축구대회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본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은 평생 한 번밖에 없을 것이다. 반드시 참가해 국제교류에 기여하고 싶다’며 응모했다.
그는 원래 백화점에서 근무했다. 사회인이 된 지 3년째 되던 해에 취미로 꽃꽂이를 시작했고 십수년이 지난 이제는 훌륭한 강사로 변신했다.
이전에는 일본내 한국인에게도 꽃꽂이를 가르친 적이 있다. 그는 “식물은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공간을 중요시하는 꽃꽂이의 즐거움을 외국인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월드컵때는 유창한 영어실력을 살려 국제축구연맹 본부 호텔(도쿄)에서 일한다. 축구관계자 안내가 그의 일. 그는 “혹시 가능하다면 호텔에 꽃꽂이를 전시하고 외국인을 맞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가 대회중 자원봉사를 하는 기간은 10일가량. 이후엔 일본대표팀 응원에 나선다.
일본 경기를 관전하고 싶어 입장권 구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전 입장권을 경품으로 주는 스폰서 캠페인에 계속 응모하고 있지만 아직 손에 넣지는 못했다.
다나카 모토유키 아사히신문 기자
▼한일 도우미 총 4만여명▼
월드컵 기간 중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는 총 4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한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조직위원회가 각각 선발한 1만6000여명의 자원봉사자 외에 두 나라 20개 개최도시에서 자체적으로 뽑은 자원봉사자가 8000여명에 이르고 있어 이들을 합치면 자원봉사자는 4만명을 넘어선다.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한국과 일본 모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인재’들이다. 한국은 지원자 4만7680명 가운데 자원봉사 경험과 외국어 구사능력, 야간근무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선발했고 일본도 비슷한 요소를 기준으로 삼아 2만8700여명 중에서 선발했다. 한국 자원봉사자 95% 정도가 일상적인 회화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도 90% 정도가 외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조직위에서 선발한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어서비스와 미디어, 등록, 통신, 출입관리, 수송, 검표 등 분야별로 담당 업무를 부여받아 대회 본부와 각 개최도시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의 김홍 인력과장은 “자원봉사자들은 월드컵을 찾은 선수들과 관광객들이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회관계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가 대회 성공의 관건이 된다”며 자원봉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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