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만우절이 갈수록 썰렁해지는 느낌이다. 국적 불명의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을 이벤트화해 잇속을 챙기는 상혼이 대단한 우리나라에서 만우절은 별로 장사 가치가 없는 듯하다. 최근 들어서는 만우절 장난전화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전국 각 경찰서와 소방서에 전화 신고 내용이 모두 녹음되고 전화번호 가입자가 바로 확인되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데다가 장난전화시 발신자 전화번호 추적으로 공무집행 방해 등을 적용하는 등 강력 대응키로 한 당국의 방침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기야 요즘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죄다 코미디이고 365일이 모두 만우절처럼 느껴지는 터에 굳이 만우절이라고 해서 유별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 주변과 야당 당수를 둘러싼 ‘내 것은 꼭꼭 감추고 네 것은 철저하게 들춰내는’ 여야 공방이나 몇몇 대선 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던 집권당 전 최고위원의 오리발, 가수 유승준의 ‘군대 가겠다’고 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웬만해선 국민을 놀래주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각종 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판에서 나도는 온갖 말들을 곧이 곧대로 믿을 국민은 또 얼마나 될까?
▷만우절인 오늘 악의 없는 거짓말에 한번 속아넘어가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각박해져 가는 인심 탓인지 한번 속아 주고 웃어 넘기는 넉넉함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인 335조원으로 가구당 2300만원씩 빚을 지고 있는 국민에게 대통령이 되면 속시원하게 부채를 탕감해 주겠다고 거짓말 같은 공약을 내놓을 대권후보는 어디 없을까? 옛날에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농가 부채를 다 탕감해 주겠다던 대통령 후보도 있었는데….
윤용만 객원논설위원 인천대 교수·경제학 ymyoon@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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