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시절 최고의 슈터로 스카우트의 표적이 돼 즐거운 비명을 울렸던 그는 프로에 와서 남들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할 고통을 두 번이나 당했다. 프로에 입문하자마자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한 것과 2년 전 최고의 주가를 뽐내던 조성원(LG 세이커스)의 맞트레이드 희생양(?)이 됐을 때였다.
그런 양희승이 불운을 씻고 화려한 옛 명성을 다시 세우고 있다.
양희승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저격수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지난달 31일 전주에서 벌어진 SK나이츠와의 플레이오프 2회전 3차전에서 양희승은 양팀 선수 중 최다인 28득점을 올려 KCC가 2승(1패)으로 앞서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플레이의 변화.
양희승의 기존 장점은 끊임없이 3점 라인을 따라 밟다가 어김없이 터뜨리는 외곽슛.
하지만 양희승은 이날 3점슛은 2개로 자제한 반면 ‘알토란 같은’ 골밑 돌파로 20점이나 올렸다. 수비에서도 상대 조상현과 석주일 등 맡은 선수를 어김없이 꽁꽁 묶었다.
한마디로 공수에서 나무랄 데 없는 플레이를 선보인 것.
조성원과 양희승을 맞바꿀 때 농구인들은 ‘무모한 짓’이라며 KCC 신선우 감독을 질타했다. 그때 신 감독은 “양희승을 올해만 쓰려고 바꾼 것은 아니다, 두고 봐라. 내년에 달라진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신 감독이 말한 ‘내년’이 바로 이번 시즌.
과거 넙죽넙죽 받아만 먹던 단순한 슈터에서 벗어나 양희승은 토털농구의 한 축을 꿰찬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변신했다.
물론 이런 변신이 그냥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양희승은 그동안 유도훈 코치의 특별훈련을 받아 하루에 슈팅을 600개씩 소화했다. 그냥 많이 던진 게 아니다. 상대방에게 허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슛 동작을 간소화하는 작업이 병행됐다. 선수 칭찬에 인색한 신 감독도 3차전이 끝난 뒤 “양희승의 변화가 팀에 활력이 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전주〓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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