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동원 특사가 명심할 일

  • 입력 2002년 4월 1일 18시 04분


내일 북한으로 떠나는 임동원 특사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한반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기회다.

임 특사가 그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할 말을 분명히 그리고 당당하게 해야 한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어떠한가, 미국의 요구는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어떤 입장에 있는가 등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기 바란다. 김 위원장의 현실 인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둘째, 임 특사는 자신의 임무에 대한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특사는 여러 가지 비밀스러운 활동을 하기 마련이다. 임 특사의 활동도 북측과의 약속이나 신의 때문에 공개하지 못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구석이 많을수록 여러 가지 부정적인 소문이 떠돌고 그것은 결국 남북관계를 해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임 특사는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가시적인 성과를 들고 서울에 돌아가겠다는 욕심을 내면 오히려 정정당당치 못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생긴다. 한반도 주변 여건이나 시기를 볼 때 남북대화를 더 필요로 해야 할 입장에 있는 당사자는 북한이다. 그런데도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또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는 형국이 되고 결국은 퍼주기, 눈치보기란 비난을 듣게 된다.

넷째, 임 특사의 방북시기가 대선 정국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임 특사의 방북에 의구심을 가진 인사들이 없지 않다. 남북관계가 대선 정국에 악용될 경우 어떤 부작용과 폐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 시절 생생히 경험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자세다. 북한은 임 특사의 방북을 위기 탈출을 위한 임시 방편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임 특사의 방북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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