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력외풍'에 밀리지 말라

  • 입력 2002년 4월 1일 18시 04분


‘이용호 게이트’ 후속 수사에 나선 이명재 검찰의 의지가 일단은 결연해 보여 기대가 크다. 검찰은 어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씨의 친구 김성환씨의 의심스러운 차명계좌와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 이수동씨가 갖고 있던 언론개혁과 정권재창출 문건 등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넘긴 의혹의 대부분을 대검이 수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전임 대통령의 비리를 파헤친 검사를 포함해 경험이 풍부한 특수수사통을 주축으로 ‘드림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빼어난 수사팀을 구성한 것도 기대를 갖게 한다. 권력 핵심층 인사라도 비리에 연루됐다면 비켜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기대 속에서도 현재의 상황은 요란하게 시작된 권력형 비리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던 과거 사례들을 떠오르게 한다. 현직 대통령이 만든 재단과 대통령의 아들이 거론되는 의혹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이 흐지부지된 과거 비리 수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결단코 권력의 외풍에 밀리지 않겠다는 추상같은 의지가 필요하다. 권력의 뜻을 읽기 위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던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있어야 한다.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대검 간부의 발언에 이 같은 뜻이 농축돼 있기를 기대한다.

대검 중수부의 이용호 게이트 수사는 서울지검과 대검 수사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특검이 구성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검찰이 동일 사안에 대해 ‘3수(修) 수사’를 하는 망신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번의 실패로 족하다. 검찰은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 의혹을 명쾌히 해소하는 것은 검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검찰 내에서 “이번 수사에 검찰의 명운이 걸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또다시 검찰이 실패하면 검찰에 메스를 대라는 국민적 분노가 터져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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