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와 건설업계는 서울시가 행정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서울시가 높은 분양가를 문제삼아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주택시장 혼란을 막겠다”〓서울시는 98년 도입된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긍정적 효과보다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업체들이 적정한 원가 분석 없이 무턱대고 분양가를 올려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외부 전문가의 분양가 검증을 받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구청장이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분양 승인권이 구청장에게 있는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배경동(裵慶東) 서울시 주택국장은 “지난달 초 건교부에 분양가를 규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요청했지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분양 승인권을 통한 간접 규제에 나선 것”이라며 “법적 절차에 얽매여 시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도외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건설부는 서울시의 전격적인 조치에 대해 ‘행정권 남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분양가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이 분양 승인을 해주지 않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특히 인위적으로 가격을 규제하면 기존 아파트가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보다 비싸 분양시장이 과열되는 ‘왜곡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춘희(李春熙) 건교부 주택도시국장은 “높은 분양가를 이유로 분양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주택공급이 줄어 집값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분양 승인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갖추고도 승인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서울시가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긴장하는 업계〓업계는 분양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구청이 분양 승인권을 빌미로 업체들을 괴롭힐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땅값 상승과 공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분양가 상승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시장 원리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구청에서 서류를 접수만 해놓고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업체로서는 구청을 상대로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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