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마흔이라는 나이는 남성의 경우 여성 호르몬이, 여성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많아져 성격상 큰 변화를 겪는 시기다. 소극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적극적이 되고, 적극적이고 괄괄하던 사람이 돌연 ‘계집애’처럼 되는 시기라는 것.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마음과 마음 원장)는 “30대에는 직업을 얻고 재산을 모으는 외형적인 기반을 닦는데 에너지를 쏟지만 40대에는 내면적 균형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주목받는 ‘486’출신 가운데는 과거 운동권의 투사에서 변절된 인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 원장은 이에 대해 “이들은 변절한 게 아니면 비로소 균형잡힌 내면 상태로 50대의 새로운 활동을 위해 ‘움츠리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이 시기에 과거 좌파였던 이는 우익 성향을, 우파였던 사람은 좌익 성향으로 바뀌는 게 오해받는 게 건강하다는 신호이며 이런 변신을 40대에 이루지 못하면 자칫 심리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정박사가 만난 한 ‘486’ 환자의 경우, 약해지는 것 같은 자신의 실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꼿꼿이 버티다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첫사랑’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 직장과 가족을 모두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 박사는 “‘486’에겐 변화가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이 시기를 잘 넘긴 486들은 10여년 뒤 한국 사회에서 유례없는 적극적인 50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