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양철’ 제발 수비 좀…

  • 입력 2002년 4월 2일 17시 59분


LG 세이커스와 동양 오리온스의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이 벌어진 1일 창원실내체육관.

LG가 완승을 거둬 2승2패로 최종 5차전에서 승부를 겨루게 된 가운데 동양 김진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김병철과 전희철이 살아나야 하는데 너무 조바심을 내 일을 그르쳤어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감독이 선수를 공개적으로 나무라는 것은 금기사항. 하지만 김 감독은 이날 그만큼 다급했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동양. 돌풍을 일으킨 요인은 야전사령관 김승현의 활약과 마르커스 힉스와 라이언 페리맨이란 특급 용병콤비의 가세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 슈터 김병철과 파워포워드 전희철이란 튼튼한 버팀목이 없었다면 정규리그 1위는 바라볼 수 없었던 일.

정규리그 54경기를 치르는 동안 김 감독이 김병철과 전희철, 이른바 ‘양 철’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 김 감독이 둘에게 불만을 드러낸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법하다.

이유는 다름 아닌 예전 버릇이 나온다는 것.

고려대 시절부터 두 선수는 공격에는 일가견이 있으나 수비는 나몰라라였다. 하지만 올 시즌 이들 모두 똑같이 달라진 면이 바로 수비에서도 제 역할 이상을 해 준다는 것.

그런데 4강 플레이오프에 와서 ‘수비 소홀’의 버릇이 도졌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진단이다.

3차전에서 동양은 막판 전희철의 3점슛 두 방으로 기사회생, 다 놓쳤던 승리를 거머쥐었다. 농구전문가들이 보기엔 동양이 이긴 것은 그야말로 운이 따라서였고 김병철과 전희철의 수비력은 여전히 문제였다.

4차전 패배는 자만심이 부른 결과. 1쿼터 5분 동안 18-4로 크게 앞서던 동양은 ‘양 철’이 보이지 않는 실책을 연발하자 그대로 주저앉았다. 김병철은 18득점으로 공격에선 그나마 제 역할을 했지만 송영진에 가로막힌 전희철은 40분 동안 단 1득점.

김진 감독은 “팀의 버팀목인 ‘양 철’이 쉽게 앞서나가다 역전을 허용한 뒤 서로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 서두르다 게임을 망쳤다”고 진단한다.

‘외길 전쟁’이 벌어질 3일 대구 5차전. ‘양철’이 제 몫을 충실히 해줄지에 팬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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