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선 한국체육은 우리 모두가 보여준 불굴의 투혼과 각고의 노력에 의한 산물이며 또한 체육인의 자랑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우리 체육이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더니 급기야는 선장 없이 항해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 등 각종 국제 경기대회에서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였던 한국체육. 이는 선수 개개인의 땀과 노력의 결실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체육정책이 일구어낸 하나의 결실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 체육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기도 했으며, 이에 앞서 나라가 어려웠던 암울한 시절에는 구국민족 운동에 앞장섰다.
현재 한국 체육은 20세기 말 찬란했던 황금시대를 뒤로하고 21세기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2월 28일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김운용 전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한 달도 더 지났지만 아직까지 후임 회장 선출을 위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체육회 집행부의 의사 결정이 지연되면서 각종 체육 행정에서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6월 월드컵과 뒤이어 10월 부산아시아경기를 개최하는 한편 2010년 동계올림픽대회를 유치해야 하는 등 할 일이 태산처럼 산적해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대비하려면 직원들을 파견해 업무지원에 나서야 하고, 아시아경기 준비작업도 서둘러야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 모든 일을 추진해야 할 주체인 대한체육회 내부의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고 보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국 체육의 구조적인 여건, 특히 학교 체육의 기본환경이 밑바닥부터 무너지고 있어도 체육단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운동장이 없는 학교를 만들어도 체육인들은 말이 없다. 청소년들의 체력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정규 체육시간이 축소되어도 남의 집 불 구경하듯 먼 산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로 스포츠 활동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건만 그 대책도 없는 것 같다. 정말 한국체육계는 총체적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체육의 위상을 드높였던 전 회장의 퇴장을 아쉬워하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빨리 새로운 수장 아래 새로운 틀을 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강력한 의지와 뜻을 결집해 하루 속히 비뚤어진 체육정책을 바로잡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편, 스포츠 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우뚝 세울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이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대한체육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미래를 향해 정상 항해하는 일에 지혜와 힘을 모으기를 기대한다.
유승희 한국체육학회 회장·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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