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푸른 백두대간 되찾으려면

  • 입력 2002년 4월 4일 17시 57분


항공사진으로 본 백두대간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마구잡이로 돌을 캐내는 바람에 울창한 산림은 맨살을 드러냈고 관광지 조성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어느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등산객의 발길로 식물이 죽고 맨땅이 드러난 곳만도 서울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 면적의 10배나 된다고 한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다는 백두대간이 이 정도라면 다른 산은 어떨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국토의 척추로 불리는 백두대간이 이처럼 무참하게 파헤쳐진 가장 큰 원인은 재정수입과 지역개발 논리를 앞세운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다. 여기에 환경영향 평가, 사전협의제 등 각종 규제조치도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대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산림개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대로 가면 우리 산림은 머지않아 누더기 꼴이 될 것이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이 나와야 한다.

우선 범정부적인 기구를 만들어 산림관리 등 국토환경보호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산림행정은 환경부 따로, 산림청 따로, 지자체 따로여서 효과적인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난개발 실태에 대한 통계조차 아직 없다.

사업 타당성 평가를 엄격하게 해 허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복구 예치비를 현실 수준으로 크게 올려 사후복구를 철저하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현재 예치하는 복구비는 실제 드는 비용보다 훨씬 적어 개발업자가 예치금을 포기하고 훼손현장을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와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서울 남산 외인아파트의 경우에서도 보았듯이 한번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돈벌이를 위해 당장 파헤치는 것보다 산림을 보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나라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식목일 아침 되새기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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