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단순해야 돈번다?

  • 입력 2002년 4월 7일 17시 25분


뉴욕의 월가에는 ‘천국문 앞의 아인슈타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방의 지능지수(IQ)에 따라 대화내용을 달리 한다는 얘기다.

IQ가 180인 사람과는 양자역학에 대해 얘기하고, 150인 사람과는 세계평화를 논의하고, 85인 사람에게는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는 것.

이 말은 ‘바보나 주식투자를 한다’는 빈정거림과 함께 ‘머리가 좋은 사람은 주식투자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야유를 담고 있다. IQ가 높으면 이것저것 따지고, 솔깃한 정보를 찾아다니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투자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 중에는 단순한 사람이 많다.

영국에서 경제학 교수, 펀드매니저, 유치원생, 원숭이에게 주식투자를 하도록 한 결과 원숭이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유치원생이며 경제학 교수가 가장 낮았다고 한다.

LG증권의 한 지점에서 전문투자자로 활동해 수십억원을 번 S씨도 매우 쉬운 ‘3박자론’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외국인이 사기 시작하며 주가그래프가 상승초기 국면을 나타내고 이익을 많이 내는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 두산중공업 한진해운 계양전기 KTB네트워크 등이 이런 종목의 예다(물론 이런 종목은 이미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도 있어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위험. 외국인이 팔기 시작할 때 사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

주식투자에서 단순함과 저IQ가 강조되는 것은 증시가 합리적 분석과 판단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리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탓이다.

달리던 자동차는 계속 달리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오르는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하락하는 주가는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오르는 주식을 계속 갖고 있고, 떨어지는 주식은 연인과 헤어지는 아픔으로 손절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을 실현하고 싶은 욕망을 참기란 그리 쉽지 않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본전생각’ 때문에 좀처럼 쉽게 팔지 못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렇게 보면 주식투자 한다는 것은 속성상 심리전이며 나아가 ‘인간본성과의 싸움’일지도 모를 일이다.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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