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박세리는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였던 것이 사실. 2위가 다름 아닌 아니카 소렌스탐이었기 때문.
소렌스탐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선두에 10타나 뒤지다 믿어지지 않는 역전드라마를 펼치며 김미현과의 연장 끝에 정상에 올랐다. 소렌스탐이 거둔 통산 33승 가운데 역전우승은 11회였을 만큼 뒷심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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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반까지만 해도 소렌스탐의 이런 면모는 재연되는 듯했다. 박세리가 2, 3번홀에서 퍼팅 난조로 연속 보기를 하는 사이 4,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한 소렌스탐이 단독 선두에 나선 것.
하지만 ‘사냥개’라는 별명처럼 한번 승리의 냄새를 맡으면 좀처럼 사냥감을 놓치는 법이 없던 박세리는 6, 7번홀 연속 버디에 힘입어 살아났고 11번홀까지 소렌스탐과 공동선두. 12번홀에서는 3퍼트로 보기를 한 소렌스탐을 제치고 기어이 단독 선두에 나섰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것은 13번홀(파4). 124야드를 남기고 피칭웨지로 한 세컨드샷에 백스핀을 먹여 컵 2.5m에 세웠고 버디로 연결, 2타차로 달아난 것. 우승을 자신한 박세리는 남은 홀에서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소렌스탐의 애를 태웠고 결국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박세리의 두둑한 배포 앞에 ‘철의 여인’이라던 소렌스탐이 오히려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
이번 우승으로 박세리는 소렌스탐의 독주를 막아낼 유일한 대안으로 새삼 인정받았다. 소렌스탐이 만약 정상에 올랐더라면 시즌 5개 대회에서 3승을 휩쓸게 돼 자칫 1인 체제가 굳어질 뻔한 것. 또 고작 6명만이 최종 스코어 언더파를 쳤을 만큼 까다로운 코스를 정복하며 물오른 샷 감각과 위기 탈출 능력을 과시, 시즌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는 평가.
지난해 거둔 5승보다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박세리는 19일 개막되는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대회 2연패와 2연승을 이루기 위해 다시 달리겠다는 각오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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