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에르는 똑똑하고 세련됐지만 한가지에 빠지면 헤어날 줄을 모른다. 더군다나 의사로부터 맥박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면 삶의 템포를 늦추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훌리에르는 2주전 리버풀 감독으로 복귀했다. 문제는 그가 축구를 통해 삶을 꾸리는 방식이다. 축구는 6개월전 그를 거의 죽일 뻔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날이 바뀌고, 계절이 흐를 때마다 축구를 향한 열정은 그를 소진시키고 있다. 그 열정은 6주 후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축구광들이 한국과 일본에 모여들어 불태우는 바로 그 광란의 열정이다.
훌리에르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을 한다면 킥오프 휘슬이 울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가 초대를 거절할 것이라는데는 단 돈 한푼도 걸지 말라.
그는 방송 해설자로 서울을 찾을 수 있다. 아니면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유럽축구연맹(UEFA)의 기술 감독관으로 서울에 갈 수 있다. 또는 자신의 소속팀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 갈 수도 있다. 마이클 오언, 에밀 헤스키, 스티븐 제라드, 디에트마 하만, 예르지 두데크, 니콜라스 아넬카 등이 모두 그의 선수들이다.
어쨌든 훌리에르가 자신이 사랑하는 축구 게임의 중심지인 서울에 간다면 친구들로서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여름 서울 하얏트호텔 바에서 받았던 전화가 떠오른다. 이른 아침 두 통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모두 축구에 관한 정열에 찬 목소리였다.
하나는 네덜란드 친구로부터 였는데 제라르 훌리에르가 안부를 전한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제라르가 함께 있나?”라고 놀라 물었다. 그는 요양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지난주 훌리에르는 “휴가 대신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갔던게 스트레스를 악화시켜 심장마비를 일으켰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축구는 그처럼 백만장자에게도 중독이다. 너무 늙어 플레이를 할 수 없게된 지 오래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자극을 이어간다. 훌리에르가 가슴에 통증을 느껴 경기장에서 수술실로 달려갔을 때 나이는 54세였다. 수술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그는 친구들에게 몇 통화 해도 된다는 허락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수백통을 했다. 그는 로비 파울러를 파는 대신 아넬카를 임대 영입하고 싶었고 충실한 필립 톰프슨 코치와 대화가 필요했다. 마이클 오언에게 전화해 고질인 건 부상을 조심하라고 상기시켰고 주기적으로 자신감을 북돋워줘야 하는 헤스키에게도 전화했다.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스티븐 제라드에게도 전화해 용기를 북돋워줬다.
“너희들은 내 영웅이란 말이야.” 그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 모두는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팀이야. 믿으라구.”
훌리에르가 전화선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전달하는 동안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는 자신의 회복이 ‘축구’라는 마약에 달려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는 “내가 팀과 계속 연락을 하려 했기 때문에 아마 의사가 화났을거야. 하지만 뭔가 하려할때는 힘이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 부어야 해. 나는 환자용 침대에 누워 있지만 일을 하면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고 회복도 빨라지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거기에 함정이 있다. 훌리에르에게 축구는 삶이다. 그의 아내 이사벨은 그가 다른 보통 심장병 환자처럼 치료를 받도록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
이사벨은 남편이 챔피언스리그 리버풀과 AS로마전을 앞두고 갑자기 터치라인으로 복귀하자 할 말을 잊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훌리에르는 고함을 지르거나 기뻐 뛰지는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은 다소 두려움을 머금고 있었다. 지난해 10월13일 자신을 거의 죽일뻔했던 감정의 정점으로 되돌아 왔고 벤치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훌리에르는 지난 주말 선수들에게 아홉 경기만 더 하면 위대한 역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잉글랜드, 더 나아가 유럽의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위치도 물론 팀 성적과 함께다.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언젠가 쉴 때도 있을거야. 내가 저 곳에 올라갔을때”라고 말했다. 아무튼 그가 월드컵때 휴가를 갈까, 서울로 갈까? 그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간다고 생각한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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