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블랙박스][영화]"한국영화가 기다려진다"…즐거운 충무로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02분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하기 직전이면 수많은 예측과 전망들이 오고간다. 대개 전문가들의 예측이 적중하는 편. 흥행 여부에 있어서는 이미 뚜껑을 열기 전 어느 정도 결과가 예상되지만 간혹 전혀 의외의 반응이 나타나 전문가들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한다.

요즘 극장가에서는 두 영화의 관계자들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공동 경비구역 JSA’를 만든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라는 유명 배우들을 앞세웠지만 정작 관객들의 반응은 아직까지 냉담하다. 박감독은 ‘하드 보일드 액션’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택했음에도 어느 정도 흥행에 자신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실패는 나의 것’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반면 ‘미술관 옆 동물원’을 만들었던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는 전문 배우는 단 한 명도 없이 평범한 할머니와 손자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적인 사건을 담은 ‘소박한’ 영화다. 그러나 흡사 단편영화같은 이 작품은 개봉되자마자 수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어서 ‘대박으로…’ 가고 있다. 특히 손자 상우로 나오는 아역 유승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유쾌, 상쾌, 뭉클’이라는 세 단어로 이 영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관객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화계의 관심은 올 하반기 촬영에 들어갈 두 유명 감독의 작품에 쏠려있다. 한국 영화계의 영향력 1인자 강우석 감독의 신작 ‘실미도’와 ‘쉬리’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강제규 감독의 새 영화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던 영화 ‘공공의 적’의 성공으로 다시금 짜릿한 흥행의 맛을 본 강우석 감독은 북파 공작원들의 아픔을 그린 영화 ‘실미도’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극장에 집합시킬 태세다. 벌써부터 박중훈 설경구 이성재 등 특급 배우들의 이름이 캐스팅 보드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대작 ‘쉬리’ 이후 3년 넘도록 작품 활동을 안했던 강제규 감독도 이번엔 한국 전쟁을 다룬 새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시나리오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캐스팅에 장동건 원빈 등 스타 배우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게 될 한석규 고소영 주연의 영화 ‘이중간첩’ 역시 초미의 관심사고, 드라마 ‘겨울 연가’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용준은 무협물과 멜로물 중 한 편을 선택해 조만간 영화배우로 데뷔하게 된다고 하니 관객들의 기대감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관객들이 기다리는 영화가 줄지어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다시금 스크린 쿼터제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요즘, 작품성과 흥행성 등에서 관객을 즐겁게 해 줄 좋은 한국 영화들의 건투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와이키키 브라더스’, ‘고양이를 부탁해’, ‘생활의 발견’ 등 마니아를 만족시켜줄 저예산의 좋은 작품들도 계속 만들어져 다양한 관객의 기호를 채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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